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 모용복기자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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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백의민족(白衣民族)…
 누(累)천년 전 대륙과 한반도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흰옷 입은 백성들이 살고 있었다.
 “그 나라는 비록 크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그 나라의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 풍속이 순박하고 후덕하여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을 것을 미루며 남자와 여자가 따로 거처해 섞이지 않으니 이 나라야말로 동쪽에 있는 예의 바른 군자의 나라(東方禮儀之國)가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나의 할아버지 공자(孔子)께서 ‘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공자의 7대손 공빈(孔斌)이 한민족에 대해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의 한 대목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확실히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평화사상은 백의 착용에서 잘 드러난다. 백의의 습속(習俗)은 단순히 옷감 때문에 우연히 선택된 것이 아니라 태양숭배 신앙에 의해 그 광명(光明)의 상징인 흰빛을 숭상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제사 때 흰옷을 입고 흰떡·흰술·흰밥을 지어 하늘에 제사 드리는 관습이 생겨난 것도 그런 연유다.
 또 아이가 태어나면 흰옷을 입히고 죽으면 망자(亡者)에게 또한 흰옷을 입히니 한국인은 요람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백의로 일생을 마감한다고 하겠다.
 흰옷을 입고 학(鶴)처럼 고고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한민족. 여기서 우리 민족의 비극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옛날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미개(未開)한 중국 족속들을 발 아래 두고 대륙을 호령하던 조상들은 다 어디 갔는가!
 공빈의 말대로 우리 옛 조상들은 광활한 영토에서 삶을 영위하고 강력한 군대를 가졌으나 또한 평화를 사랑했다. 그런 영광의 역사를 뒤로하고 대륙을 떠나 한반도로 영토가 고착화되면서 말은 달리기를 멈추고 민족의 기상(氣象)은 점차 쇠락해져갔다. 그로 인해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와 조선조까지 내려오는 동안 우리는 숱한 외침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일부 사학자들은 그 수가 930여회나 된다고 말한다. 비록 횟수는 불명확하지만 확실히 우리는 외침의 역사였다.

 그러한 역사의 고비마다 면면히 이어내려온 평화 DNA는 호국정신으로 발현돼 국난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곤 했다. 고려시대 원(元)의 침입 때 한마음으로 대장경을 조판한 것이나 조선시대 때 의병항쟁 등이 대표적이 예다. 하지만 구한 말 쓰나미와 같이 밀어닥친 외세의 물결 앞에 끝내 우리는 나라를 송두리째 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제는 신무기를 앞세워 우리를 겁박했다. 당시 조선은 60여년에 걸친 쇄도정치로 국론은 사분오열 되고 국운은 쇠락할대로 쇠락했다. 평화DNA를 호국정신으로 승화시킬 촉매제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망국(亡國)의 36년. 그 엄혹한 암흑 속에서 온갖 핍박을 견뎌낸 끝에 우리는 다시 한민족 역사의 맥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광복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치르고도 지금껏 서로 총구를 겨누며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제 100여년 전 그 때처럼 우리는 다시 북핵(北核)이라는 엄청난 신무기 앞에 떨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가 됐다. 북한은 김정은이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6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 이에 대응해 미군은 지난달 26일 사드포대를 성주에 전격배치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러차례에 걸쳐 북한을 군사력으로 응징할 수 있음을 시사해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한반도에서 1%의 전쟁 가능성도 용인할 수 없다”며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입을 통해 미국 견제에 나섰다.
 광복 70여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 안위(安危)를 남에게 의존하는 안보 약소국가다. 미·중·일이 한반도 안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국의 이익을 저울질하며 ‘핑퐁게임’을 하는 형국을 보며 비애(悲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니 첨단방위산업이니 하며 대선주자들은 연일 안보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는 이유는 뭘까. 공약 그 어디를 들춰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군인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지녀야 강한 군대가 된다. 국민도 투철한 애국심을 가져야 나라가 튼튼해진다. 국민들이 호국정신을 가지게할 비전을 제시하는 공약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직 돈만 더 쓰자는 얘기 뿐이다.
 안보도 사람이 지키는 것이고 전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대포를 만들고 첨단장비를 개발한다 해도 사람이 썩어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천억대 방산비리가 우리의 안보를 좀 먹듯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떠올릴 때다. 힘이 없으면 결국엔 죽음 뿐이다.
 그 옛날 말을 달리며 대륙을 호령하던 조상들의 기상을 한민족의 피 속에 다시 흐르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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