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과 포항
  • 김유복 전 포항뿌리회 회장
뜨거운 여름과 포항
  • 김유복 전 포항뿌리회 회장
  • 승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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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유복 전 포항뿌리회 회장]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불타는 여름이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지만 너무 더워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타게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어느 곳엔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는데 우리지역에는 옛 어른들 말대로 깡철이(?)가 앉았는지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토를 보며 하늘만 원망하는 농민들의 한숨이 진동한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에 지역민심이 사나울대로 사납다. 하지만 자연을 이길 재간이 없으니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기울여야 한다.
이럴수록 시민들의 선진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절수운동은 물론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지혜 또한 필요하다.
기상예보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 어찌하여 우리지역만 비소식이 없는 걸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본다. 후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의 먹구름이 금방 억수 같은 소낙비를 뿌려 줄지 조바심으로 기다린다.
포항은 예로부터 여름의 도시다.
천혜의 청정 동해바다를 끼고 드넓은 해수욕장에 피서객으로 들끓는 뜨거운 여름날의 포항은 생기가 넘치고 낭만이 물씬 묻어나는 한여름의 추억이 새겨지는 명소로 유명했다.
이맘때쯤이면 금모래 빛 백사장에 청춘남녀가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와 함께 싱그러운 젊음을 만끽하고 모처럼 피서 나온 시민들이 모래찜질을 하고 끝없는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일상의 팍팍함을 잊고 한여름을 즐기던 시절이 이곳에 있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지만 50여 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 5, 6학년 즈음 송도 솔밭에서 오이 서리를 하며 뛰놀던 아련한 추억의 여름철이 생각난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장면처럼 동무들과 함께 동빈 내항 선착장에서 건너편 송도 솔밭까지 가는 배 삯을 아끼려고 머리위에 입었던 옷을 동여매고 팬티 바람으로 내항에 뛰어들어 어설픈 수영솜씨로 몇 번의 물을 꼴깍 먹어가며 가까스로 건너가 백사장에 옷을 묻고 꼬챙이 하나 꽂아 표식하고는 온종일 해수욕장에서 놀다 배 삯은 아이스케이크 군것질로 탕진(?)하고 돌아오는 거룻배를 타지 못한 채 허기진 배를 잡고 송도에서 죽도시장과  시내를 가로질러 학산까지 먼 길을 걸어 해거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와 야단맞던 한여름 포항에서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옛 이야기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산업화의 물결이 밀려들어 명사십리 백사장의 고왔던 모래톱도, 속이 훤히 보이던 맑은 바닷물도 없어지고 솔밭사이로 무성하던 오이밭도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아스라이 떠오르는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다시는 못 올 추억이지만 이곳 포항은 지금도 불타는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과 낭만이 있다. 인구가 열배 가까이 늘어났고 포스코가 자리 하면서 철강도시로써 국제적 명성도 가졌으며 이제 환동해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27일부터 열리는 제14회 포항국제불빛축제의 화두인 ‘포항의 빛, 하늘을 날다’처럼 포항은 하늘을 나는 불사조가 되고 있다.
포스코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붉은 쇳물의 뜨거움이 온 도시를 달구며 영일만 푸른 바다가 우리의 꿈을 싣고 만방으로 나선다.
불볕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강렬한 불빛에 물든 포항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뜨거운 여름을 딛고 살아가는 여름 도시의 시민으로 굳건히 살아남을 수 있다.
‘뜨거운 여름과 포항’은 닮은 데가 너무나 많다.
강렬한 햇빛에 달구어진 모래밭에서 뛰놀던 시절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듯이 강철 전사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쇳물에 지역의 모든 것이 녹아나고 넘실대는 파도를 이기며 대양으로 나아가는 영일만친구가 있어 포항은 영원히 빛 날 것이다.
불빛축제에서 쏘아올린 불빛이 찌든 일상을 넘어 희망의 불빛이 되고 하늘을 감동시켜 하루 빨리 시원한 장대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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