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
  • 손경호기자
읍참마속(泣斬馬謖)
  • 손경호기자
  • 승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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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읍참마속(泣斬馬謖).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다는 의미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치기 위해 북벌을 하던 도중 촉나라의 보급선인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장수를 선발했다. 그때 제갈량이 가장 아끼던 마속이 나선다. 그러나 마속은 자신의 재주를 과신한 나머지 길목을 차단하라는 제갈량의 명령을 어겼고, 결국 촉나라는 대패했다. 전쟁이 끝나고 제갈량은 여러 장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법을 지키기 위해 마속의 목을 베었다.
 즉, ‘읍참마속’은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살충제 계란’ 파동이 확산되던 8월 초에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류 처장은 8월 7∼9일 휴가를 냈다. 식약처장으로 부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연가를 허용하는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는 유럽에서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떠나 식품안전의 수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업무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류 처장은 대형사고를 쳤다. 휴가 복귀날인 지난달 10일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언했지만, 닷새 만에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돼 불신을 자초했다.
 더구나 류 처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달 7일 부산지방식약청 방문을 이유로 대한약사회 직원의 차를 빌려 탔던 사실도 확인됐다.
 물론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인 류 처장이 큰 생각없이 대한약사회 직원의 차를 이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장이라는 공무원 신분이 된 류 처장이 특정 이익단체로부터 이익을 받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성을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대한약사회 직원의 차량을 이용한 것은 일명 ‘김영란법’ 위반 여부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류 처장이 공휴일 또는 휴무일이거나 관할구역을 현저히 벗어나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데도 내부 지침을 어긴 채‘불법 결제’를 한 사례도 총 9건이 확인됐다고 한다.
 물론 법인카드 결제가 직원 독려를 위해 음료 등을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하지만, 그래도 내부 지침을 어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식약처장이 지키지 않는 지침을 직원들에게만 지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류 처장을 보면서 박근혜정부 초기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윤진숙 장관을 떠올린다.
 류 식약처장은 대표적인 ‘코드 인사’로 볼 수 있다. ‘코드 인사’는 이념·노선이 같은 사람들만 발탁하는 것을 말한다.
 정권을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이념·노선이 맞는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능력과 자질이 있는 인사를 발탁했을 경우에는 코드 인사가 빛을 발하지만,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인사가 발탁되면 그것은 ‘낙하산 인사’로 여론의 질타를 맞게 된다.
 리더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하기 쉽다. 하지만 능력과 자질의 부족이 드러나면 머뭇거리지 않고 ‘읍참마속’처럼 과감히 결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의 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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