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 인근 흥해읍민들 불안에 떨어
  • 황영우기자
진앙지 인근 흥해읍민들 불안에 떨어
  • 황영우기자
  • 승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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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읍 현장취재
   
▲ 포항 지진 피해 이틀째인 16일 오후 북구 대도중학교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재민들이 야전 침대에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뉴스1
   
▲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건물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기울어져 있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황영우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 진앙지와 가까워 피해가 컸던 흥해읍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지진 다음날 16일 흥해시장.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도 상인들은 생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 거리 곳곳에 경찰병력이 오가는 등 긴장된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시장 상인들과 장을 보러온 주민들은 저마다 안부를 물으며 지진 상황에 계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하모(59)씨는 “지난 밤 지진으로 불안하다”며 “가게 뒷집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주변의 피해도 있어 온종일 안전모를 쓰고 일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곳곳에 한국전기공사 직원들도 각 가게를 방문하면서 배선점검 등을 실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70·여)씨는 “지진으로 많이 놀랬다”며 “지진 당시 급하게 밖으로 나가 대피했다. 가게 진열대의 물품이 다 쏟아져 내리는 등 아수라장이였다”고 피해상황을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진으로 인해 막막하다”며 “건물이 무너질까봐 걱정된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있어 늘 불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인근 상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상인 모두가 지진 당시 밖으로 대피해있다가도 생업을 위해 손님이 올 때는 일을 하는 등 긴장이 계속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편이라고 알려진 흥해였지만 이날 시장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달라졌을뿐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에게 손님이 줄거나 하지 않았냐고 묻자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장소를 옮겨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부터 온갖 차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어 진입이 어려웠다.
 겨우 주차를 하고 돌아서자 정치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입구에서는 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체육관 전체가 이재민들로 가득했다.
 이재민들은 돗자리를 깐 채 저마다 지난 지진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치인의 방문으로 인해 각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일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신발을 신은 채 돗자리를 밟자 “취재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항변도 들렸다.
 체육관 내에 있을 때도 간간히 여진이 일어 이재민들 사이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체육관 단상은 조명과 방송사 카메라, 통신사 휴대폰 무료충전소가 배치돼 있었다.
 박스를 탁자삼아 식사를 하고 있던 서모(60·여)씨는 “샤워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지진이 나 당황했다”며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알몸으로 중요부위만 가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변 사람들이 모포 등을 줘서 그제서야 몸을 온전히 가릴 수 있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성을 치며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는 주민도 있었다.
 해당 주민은 “대피소를 못 찾아 차안에서 밤을 지샌 주민들이 많다”며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도 공간이 협소해 불편이 많다. 대피안내 등이 부실한데 공무원들은 대체 뭐하냐”고 소리쳤다.
 지진 상황에 대해 이정학 흥해읍 마산2리 이장(62)은 “마산리의 대성아파트와 한미장관맨션 등이 피해가 컸다”며 “일부 건물은 금이 간 채 기울어져 있다”고 지진피해를 말했다.
 대피소 운영 현황을 묻자 박성대 흥해읍장은 “대피소는 현재 흥해에서 실내체육관 1곳만 운영중이다”며 “다른 대피소는 금이 가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제구실을 할 수 없다. 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 추가 대피소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피소 내에서 아이들을 다독이던 김모(41·흥해읍 옥성리)씨는 “지진 당시 심하게 흔들렸다”며 “5층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진동이 멈추고서야 대피할 수 있었다. 기관의 대피소 안내가 없어 아내 지인들의 얘기로 대피소를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에도 자원봉사 단원들은 바쁘게 쓰레기를 수거하며 이재민들을 돕고 있었다.
 대피소 밖으로 나오니 긴 행렬이 줄을 이었다.
 구호물품을 받으려는 사람과 밥차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15m 이상 긴 줄이 형성됐다.
 지원을 나온 임지혜(56·여) 사랑의 밥차 경북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15일 오후 5시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15일 850인분, 16일 아침 800인분 등 기존에 준비했던 물량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지진피해로 힘든 와중에도 배식받으신 분들이 ‘수고한다’, ‘고맙다’는 말을 해줘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대피소 한켠 의무실에는 의료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김진현 북구보건소 보건정책팀 계장은 “현재 3명의 보건인력이 있다”며 “곧바로 포항의료원과 좋은선린병원에서 추가 의료진이 도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진 포항북부경찰서 경장은 “여경도 여성관련 지원을 위해 배치가 됐다”며 “대피소에 심리지원상담 등 추가적인 지원도 이뤄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해 어수선한 대피소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체육관 우측 족구장에서 공을 차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모(9)군은 “지진이 났을 때 너무 무서웠고 긴장됐지만 대피소에 오니 조금 괜찮아졌다”며 “약간이라도 무서움을 억누르기 위해 친구들과 공을 차고 있다”고 말했다.
 흥해실내체육관에는 그 어느때 보다도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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