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방남(訪南)이 우리사회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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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방남(訪南)이 우리사회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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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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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이틀간의 방남(訪南)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돌아갔다. 3년 만의 북한 인사 방남인지라 이들 방문단의 행보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KTX로 서울역과 강릉역을 오가는 1박 2일간의 숨가쁜 일정 속에서 이들 일행이 가는 곳마다 국내외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북한판 걸그룹 출신인 현송월은 미스터리한 경력과 빼어난 미모 덕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표정이나 패션까지도 뉴스거리가 되고 일부 방송에서는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기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예쁘다”고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정치권도 떠들썩하긴 매한가지였다. 여야는 북한예술단 방남 기간 내내 양쪽으로 갈려 서로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야당은 북한의 갑작스런 점검단 파견 중단 통보에 대해 정부가 북한에 이용되고 있다며 비판하더니 막상 현송월 일행의 방남일정이 시작되자 이번엔 정부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그저께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북한에서 어떤 여성분이 내려와서 무슨 식사를 했는지 핸드백이 뭔지 온종일 떠들고 있다. 김정은이가 와도 그리하면 안될 것인데 무슨 그런 짓으로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창올림픽은 국민 대잔치인데 좌파들과 북한 애들만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현송월 대표단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고 해명 한마디 없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 유감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이 마치 상국인 것처럼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을 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며 “실제로 노동신문에는 ‘인기 빵점인 평창올림픽이 북한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성공시켜주고 있다’며 큰소리 치고 있다. 북한이 지금 평창올림픽 슈퍼 갑이 됐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이에 대해 야당이 평창올림픽 성공개최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게 치러지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리는 신중치 못한 말씀”이라며 “국민들 기대에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쪽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있던 현송월은 이제 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0여일 후 북한예술단을 이끌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을 찾을 것이다. 아마 그 때까지도, 그 이후로도 우리 정치권으로 양편으로 나뉘어 옥신각신, 티격태격 연일 싸움을 해댈 것이다.
 그녀는 이번 방남 일정 내내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체 침묵하고 환영하는 시민들에게는 미소와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녀의 침묵이 시끌벅적한 우리사회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 흥미롭다. 그녀가 이러한 남한 사회와 정치권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네 사회가 살기 좋다고 생각했을까? 자기네 체제가 우월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사람이 사는 곳은 시끄럽고 논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다음 번에 그녀가 왔을 때에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도 조금 더 성숙된 시끄러움을 보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산적인 논쟁은 없이 서로 물고뜯기만 하면 자칫 저들이 오판(誤判)을 할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이것이 현송월 방남이 우리사회에 남긴 과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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