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은 채권자, 국민은 채무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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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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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세력에 대한 부채의식은 오해-

이동하 /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5·31 지자체 선거에서 여당은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여당이 이처럼 참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물음 앞에서 다양한 해답들이 나왔다. 그 해답들 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그동안 다수 국민들은 운동권 세력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점 때문에 그 세력에 대하여 일종의 부채의식을 느껴 왔다. 그러한 다수 국민들의 부채의식 덕분에 운동권 세력은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운동권 세력은 정작 집권하고 나자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운동권 세력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분노한 다수 국민들은 운동권 세력이 집권하도록 한 것으로 기왕의 채권-채무관계는 충분히 청산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국민의 판단이 여당에 등을 돌리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해답은 여당 참패라는 사태의 한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앞의 해답에는 수정, 보완을 필요로 하는 점이 있다. 다수 국민이 민주화와 관련하여 운동권 세력에게 느껴 온 `부채의식’이라는 것은 상당부분 오해에 기인한 것이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권 세력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결과적으로 기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민주화를 진심으로 소망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기에 그러하다.
 구체적으로 돌이켜 보자. 1980년대에 감옥을 드나들며 싸웠던 운동권 세력은 어떤 사상을 신봉하고 있었던가? 주체사상이 아니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고 있었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사람들은 주사파(主思派, NL파)라 일컬어졌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던 사람들은 민중민주파(PD파)라 일컬어졌다. 전자도 후자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자도 후자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말살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었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전자는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고, 후자는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는데, 그 어느 쪽의 이념이든,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적대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운동권 세력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결과적으로 기여한 점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1987년의 직선제 개헌투쟁 당시 운동권 가운데 다수파였던 NL진영이 직선제 개헌 투쟁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의 행동역량을 동원했던 사실을 말한다.
 당시 NL진영의 행동역량이 상당한 것이었던 만큼, 그들이 직선제 개헌 투쟁의 성공에 기여한 몫은 작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민주화를 진심으로 소망했기에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들의 진정한 소망은 어디까지나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있었다. 그들이 직선제 투쟁에 참여한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의 소치였을 따름이다.
 진심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소망하여 마지않았던 사람들이 이들 운동권 세력에 대하여 부채의식을 느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 운동권 세력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인식하지 못한 자리에서 느낀 부채의식이라면, 그것은 중요한 오해를 포함한 부채의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에 이르러 그 부채의식 청산에 대한 논의는, 기왕의 부채의식이 중요한 오해를 포함한 것이었음을 이제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1987년 당시 직선제 개헌 투쟁을 무시하고 외면하였던 PD진영과 관련해서라면, 부채의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1980년대에 PD진영에 소속해서 투쟁했던 운동권 인사들도 그 동안 부채의식의 덕을 본 것이 있다면, 그들은 그야말로 무임승차의 부당이득을 누려온 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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