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교회의 성지 크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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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교회의 성지 크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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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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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의 러시아기행4
▲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붉은광장 주변에는 동화 속 같은 귀여운 카잔 성당과 우아하고 아름다운 성 바실리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아름답다는 것은 이런 건물들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성 바실리 대성당은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사원이다. 이 사원은 모스크바 대공화국의 대공인 이반 4세가 러시아에서 카잔 칸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며 봉헌한 성당이다. 1555년 건축을 시작하여 1560년 완공하였다. 러시아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47미터 되는 팔각형의 첨탑을 중앙으로 하여 주변에 8개 돔 모양의 지붕들이 배열되어 있으며 예배당을 형성하는 4개의 다각탑과 그 사이 4개의 원형탑이 솟아 있어 총 12개의 탑이 있는데, 이는 예수와 12제자를 상징한다. 탑들은 서로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으나 그 다양성 속에서 조화로움이 보인다. 이반 4세는 완공된 성 바실리 대성당의 모습에 반해 이런 아름다운 건물을 두 번 다시는 못 짓게끔 건축을 담당했던 ‘바르마’와 ‘보스토니크’의 눈을 멀게 했다고 하는 전설이 있으나 그 사실은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크렘린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이곳에 있는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사원들이다. 모두 이반 3세 때 지어진 것 들이다. 당시 러시아의 건축술에 아쉬움이 많았던 황제는 이탈리아에서 뛰어난 건축가들을 적극적으로 초빙해 사원들을 지었던 덕분에 건축물들은 서구적이면서도 러시아적인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됐다. 그 덕택에 지금은 러시아의 관광자원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크렘린에서 가장 오랜된 우스펜스키사원은 역대 황제들의 대관식과 주교의 임명식등 국가 공식 행사 때만 사용했으며 러시아에서 가장 신성시 여기는 사원이다. 성당 내부는 천장과 벽전체가 러시아 정교 교리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담은 아이콘들로 장식되어 있다. 나폴레옹이 점령했을 당시 이 사원은 마굿간으로 사용되었다. 우스펜스키사원은 ‘성모승천사원’이라고 한다. 다섯개의 돔형 지붕으로 만들어졌으며 당대 최고의 도공들이 성화를 그려 내부를 도배했다. 러시아정교회 사원은 각기 상징성을 띠며 그 이름을 달리 하는데, 그 상징이 되는 이콘을 중앙 제단의 오른편에 두번째 모시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 위에 구약, 그리고 그 위에 신약을 상징하는 이콘들이 그려져 있다. 특히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정교회가 아니더라도 그림(아이콘) 안에 영혼이 있다고 믿고 성화를 보고 성호를 긋기도 촛불을 켜고 절을 하기도 한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둥에는 성인들의 모습이나 사원 건립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을 성인으로 추대해 그리기도 한다. 우스펜스키에서는 지금 대통령과 시장 등이 모여 새해 전야에 미사를 드린다.
마당을 가로지르면 황실 무덤이 있는 아르헹겔리스사원, 황실예배당으로 쓰인 블라고베르첸스키사원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블라고베르첸스키사원은 황실 가족과 자녀들이 예배 보는 곳이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예술과 건축양식을 느낄 수 있고 오랜 되고 빛바랜 사원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아르헹겔리스키사원에는 이반 칼리다 부터 이반 대제 까지 역대 황제와 왕자 등 48명이 묻혀 있다. 크렘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이반대제의 종루 앞에는 210톤이나 되는 황제의 종이 있다. 이 종은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다고 한다. 1737년 화재로 종이 떨어질 때 깨진 철 덩어리를 만지면 소원 성취 한다는 속설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크렘린이 아름다운 것은 러시아정교회의 아름다운 고풍의 건축물 때문일 것이다. 붉은광장을 중심으로 고풍을 드러내는 5개의 교회 사원은 러시아인들에게 영혼의 쉼터요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어서 엘친을 비롯하여 유명 인사들의 무덤들이 있다.
러시아어에는 옛 모스크바에 있던 교회의 숫자를 가리키는 관행적 표현으로 “마흔의 마흔 배”라는 말이 있다. 즉 1600개라는 말인데,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인들의 정신세계에 깊숙한 영향을 미쳤다.
과거 볼셰비키 정권은 정교회에 대해 억압적인 정책을 펴기 시작하였다. 볼셰비키는 교회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하였고 교회운영학교와 신학교를 몰수하여 세속 교육기관으로 전환시켰으며, 교회가 주관하던 혼인관련 업무를 일반 행정관청의 관할 아래 두었다. 그러나 그 소련이 붕괴되고 스탈린 시대에 파괴되고 능욕 당했던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다시 복원되고 있는 것은 민족의 영혼이 깃든 러시아정교회를 회복하고새로운 러시아의 미래를 찾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러시아정교회의 특징은 의자가 없다. 서서 예배를 드린다. 촛불을 켜고 절을 하고 기도하는 그들의 다양한 의식에서 마치 중세 어느 수도원에 온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잠시 사원 앞의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들러 보았다. 참 고즈넉한 가을이다. 하늘의 뭉게구름도 하나의 배경이 되어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문득 2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러시아의 시인 레르몬토프의 ‘나의 조국’이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나의 조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짝사랑이다. 그것은 내 이성이 하는 일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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