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다. 온 나라를 뒤흔든 가짜 박사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섹스 스캔들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신 씨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기각 사유는 더 기막히다. 신 씨 얼굴이 다 알려져 도주 위험이 없다는 게 영장기각 판사의 주장이다.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나자 두 달 동안 미국으로 도망갔다 할 수 없이 귀국한 신 씨가 도주 위험이 없다니 이렇게 관대한 법관도 있을 수 있구나 싶다.
신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끝까지 자신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진짜’라고 박박 우겼다. 박사학위 논문을 예일대에 제출했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예일대측은 신 씨가 대학에 입학한 사실도 졸업한 기록도 없으며, 더더구나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사실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런 신 씨가 증거 인멸의 위험이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신 씨 얼굴이 다 알려졌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다는 것은 코미디다. 물론 섹스 스캔들이 공개된 이후 신 씨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얼굴이 알려진 사람은 신 씨 뿐만 아니다. 그런 기준이라면 대중 연예인들은 아예 구속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재벌 회장과 고급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국민정서에 와닿지 않는 기각 사유를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신 씨는 미국으로 도주하기 앞서 변 씨와 몰래 만나 증거를 인멸하고 말을 맞춘 의혹이 있다. 이제 자유로워진 신 씨가 변 씨와 증거를 없애고 비리와 의혹을 덮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모든 것이 법원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신 씨를 풀어준 탓이다. 변-신 섹스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법원이 져야 한다. 또 신 씨가 풀려남에 따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변 씨를 능가하는 최고 실세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손가락질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법원은 이미 변 씨 숙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 씨 영장 기각에는 검찰의 잘못도 있다. 신 씨의 가짜 학력이 드러났는데도, 그리고 신 씨가 외국으로 도주했는데도 40여 일이 되도록 수사조차 착수하지 않음으로써 증거 인멸과 조작의 기회를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수사에 미적거리던 검찰이 추석이 가까워 오고,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한마디로 변-신 권력형 섹스 스캔들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법원과 검찰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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