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세계의 모든 스타벅스 점포에 들러 커피를 마셔본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운 사람이 있다. 이름이 윈터라는 사람인데 1997년에 시작해서 현재 1만4709개 점포를 방문했다. 물론 간 곳마다 사진을 찍어서 웹사이트(Starbucks Everywhere)에 올린다.
그런데 이 사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에서도 요즘 거의 한 블록 건너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현재 세계 77개국에서 2만8000개 점포를 운영한다. 특히 중국에서 크게 성공했다. 매일 점포 2개를 새로 열 계획으로 있다. 국내에는 1080군데 있다고 위키에 나온다. 미니국가인 모나코와 안도라에도 각각 한군데 있다.
30년 동안 회사를 이끌고 지난 6월 말에 은퇴한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회장은 젊은 시절인 198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너무나 많은 커피집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 아이디어가 거기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의 커피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이탈리아에는 스타벅스가 지난 9월에서야 첫 매장을 열었다. 아직 세군데 밖에 없다. 프라푸치노(이탈리아어가 아니다. 1996년에 보스턴의 커피커넥션을 인수하면서 따라온 것이다)는 메뉴에 없다고 한다.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슐츠의 은퇴는 계획보다 약간 늦어졌다. 필라델피아 매장 사건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에 커피를 주문하지 않고 누구를 기다리면서 매장에 앉아있던 흑인 두 사람이 체포된 사건이다. 고객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손님 한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스타벅스는 슐츠의 지휘 아래 미국 내 모든 매장을 4시간 동안 닫고 인종차별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돈만으로 따지자면 거액의 투자를 한 셈이다.
슐츠의 은퇴 후 첫 사업이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재정의하는 내용의 책을 쓰는 것이다. 슐츠시대의 스타벅스는 동성연애, 인종문제, 전역군인 대우, 총기규제, 대학 등록금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세계에서 35만명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갈 수도 없는 문제들이었다.
슐츠의 부친은 2차대전 참전 용사였다. 전후에 생활이 어려워서 트럭과 택시를 몰아 근근히 가족을 부양했다. 슐츠는 가난에서 탈출하려고 온갖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했다. 집안에서 첫 대학생이 되었던 슐츠는 스타벅스를 자기 부친이 취직할 꿈도 못 꾸었을 그런 회사로 키우려는 비전을 가졌다.
스타벅스는 업계 최초로 파트타임을 포함한 종업원 모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한 회사다. 파트타이머들에게 스톡옵션을 주었고 아리조나주립대학에 온라인 등록하면 등록금도 모두 지원했다. 기업이 인도주의를 고양하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말을 듣는다. 스타벅스 주식은 1992년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 2만1000 퍼센트 올랐다. 시가총액은 맥도날드 다음이지만 매출은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 맥도날드보다 약간 더 많다.
슐츠의 경영철학이 오버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필라델피아 사건 이후 스타벅스는 고객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도 화장실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 점주들을 지나치게 곤란하게 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트럼프가 재빨리 스타벅스가 지나치게 근사한척하려 한다고 비꼬면서 스타벅스 보이콧을 부추키기도 했다.
그러나 슐츠는 ‘수익과 양심 사이의 어려운 균형’을 추구해 온 기업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슐츠가 ‘스타벅스 시즌2’를 어떻게 시작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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