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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의 야만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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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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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주주행동주의의 기관화’가 될 것 같다.
 주주행동주의는 그 기원을 1970년대의 기업사냥꾼(Raiders)에 둔다. 레이더들은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다분히 이기적인 존재들로 여겨졌다. 주식을 일부 사서 경영진을 위협한 후 웃돈을 붙여 회사에 되파는 그린메일(Greenmail)러들도 덩달아 기승을 부렸다.

 행동주의는 2000년대에 기업지배구조 펀드의 등장으로 제도권에 들어왔고 2010년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활동으로 기관화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이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유수의 대기업들도 피해갈 수 없는 존재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현대차를 ‘공격’했던 엘리엇이 행동주의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작년 7월에 국민연금이 채택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행동주의 기관화에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작년 말 기준 72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는 올해가 본격적인 활동 첫해가 될 것이다. 우선 작년에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단 보류됐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잠재적인 이슈로 남아있다. 엘리엇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고 현대차가 내놓는 개편안에 따라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들도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에는 기업지배구조 펀드가 전면에 나서 있다. 국내 최초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만든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10.81%를 가지고 행동을 준비 중이다.
 삼성그룹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결과가 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엘리엇을 필두로 한 행동주의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수사도 결과에 따라서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새로운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
 페트라자산운용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펀드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 연합할 수도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에 국내외의 재무적 투자자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서구 자본시장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곳이다.
 전반적으로 2019년은 경제가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자본시장에서 심기가 불편한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행동주의도 힘을 받게 된다.
 행동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대상 회사의 이사회에 자기편 사외이사들을 진출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과 결과는 회사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설연휴 동안 읽은 책 중에 ‘이사회의 야만인들’(Barbarians in the Boardroom, 오웬 워커 저)이라는 것이 있다. 사모펀드 LBO(레버리지바이아웃, 차입매수)를 소재로 한 공전의 베스트셀러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에서 제목을 따 온 것이다. 행동주의가 장외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에 직접 진출해서 파란을 일으켰던 미국 사례들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두 책에서 ‘야만인’은 돈만 아는 위협적인 외부 세력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이사회에 야만인이 진출한 사례는 국내에서 2006년 처음 발생했었다. KT&G에 칼 아이칸 측 이사가 진출했다. 당시 아이칸측의 지분으로는 집중투표제도를 활용해 이사회에 2인을 진출시킬 수 있었는데 아이칸 측의 실책으로 1인에 그쳤다. 이사회 내에서 2인이 할 수 있는 일과 1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이렇다 할 파란은 없었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진출시키는 것은 이사회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철수할 때 몸값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행동주의의 기관화는 큰 조류다. 이사회에의 야만인 진출도 미국과 시차를 두고 국내에서 결국 발생할 것이다. 기업들은 교과서대로 주주가치 경영과 사회적 가치 경영을 계속하면 된다. 사회적 가치 경영은 방어적이지만 생산적이다. 주주가치 제고의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주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행동주의를 포함한 외부 강력에 의해 강제로 지배구조를 개편당하게 될 것이다.
 지배구조 문제로 회사 경영의 집중력과 동력을 상실하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한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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