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의 절망과 희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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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의 절망과 희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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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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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박치기’ 의 日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
 
`자이니치(在日)’라 불리는 재일동포 2세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영화 `박치기!’로 한국과 일본 관객을 동시에 놀라게 했던 일본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이 속편 `박치기 러브&피스’를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즈쓰 감독은 일본에서는 `노래자랑’(1998) `빅 쇼’(1999) `겟 업!’(2003) 등 일상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코디미 감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는 `박치기’ 1ㆍ2편에서는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청년들의 난투극을 통해 활극적인 요소를 마음껏 펼쳐 놓으면서도 재일동포들의 씻을 수 없는 한과 이들이 끊임없이 부딪혀 온 벽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특히 2편에서는 재일동포 2세의 삶뿐 아니라 1편에서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언급되는 데 그쳤던 전쟁과 재일동포 1세의 삶을 직접 화면에 담으면서 일본 역사상의 과오를 되돌아 본다.
 이즈쓰 감독은 2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 일본인들이 역사와 과거를 잊어버리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영화와 사회를 향한 시각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치기!’를 만들기 전 재일동포에 대한 인식은.
 ▲고향이 오사카인데 어릴 때부터 자이니치들이 늘 가까이에 있는 곳, 일본인과 자이니치가 더불어 사는 곳에서 자라났다. 그들과 함께 자라나면서 왜 이 사람들은 이름이 두 개일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박치기!’와 `박치기 러브&피스’는 일본에서 반응이 어떻게 달랐나.
 ▲`박치기!’는 일본 사회에서 오랜만에 자이니치와의 교류를 그린 영화다. 연애와 우정을 그린 청춘 영화다.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정도는 아니지만 반응이 좋았고 DVD가 오랫동안 많이 팔렸다. 이 영화로 상도 여러 번 탔고 재미있는 반응을 많이 접했다.
 2편은 1편에서 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만들었다. 더이상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 된 일가족의 이야기인데 1편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반일 영화로 보는 시각이 많았고 특히 인터넷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난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일본 문화청의 지원을 받았는데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 혈세를 쓰다니”라는 비난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댄 일방적인 비방이 거센 편이다. 일본에서도 그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비방이 심하다. 큰 쪽에 흡수가 되는 현상인 것 같다. 안전하고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소수의 작은 생각, 창의적인 생각은 버리게 되는 거다. 요즘 일본인은 개인적인 감정을 중요시하고 과거를 잊어가고 있고 역사를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를 되돌아 봐야 새로운 것, 미래를 알 수 있는 건데.
 -21세기에도 재일동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굳이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를 배경으로 한다면 이야기를 아예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현대 일본사회가 너무 보수적이라 현재를 배경으로 한다면 거짓을 그리게 됐을 것이다.
 지금 일본의 문화적인 상황을 보면 그렇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영화계에도 가벼운 영화들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크게 히트하고 있는 `히어로’ 같은 오락 위주의 영화들이 넘쳐난다.
 -2편의 배경은 왜 1974년 도쿄인가.
 ▲1970년대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일본의 모습이 막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또 도쿄는 일본의 `대표 선수’ 격이었다. 한국에서 서울처럼 일본에서도 많은 도시들이 도쿄를 닮기 위해 고유의 모습을 버리기 시작했다.
 -1편은 다분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끝나는데 2편에서는 그것이 사라진 느낌이다.
 ▲1편의 배경이 된 1960년대 말에는 자유와 개방에 대한 허상 또는 환상이 있었다. 2편에서 그린 1970년대는 그것이 사라지고 폐쇄적인 일본 사회가 시작되던 시기다. 1편에서 재일동포와 일본인의 화합을 그릴 수 있었지만 2편에서는 그것이 어려웠다.
 -1편에서는 주인공 안성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조국이 북한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2편에서 안성의 아버지는 제주도 사람으로 나온다. 또 영화 속 대사에 제주 4ㆍ3항쟁에 대한 언급도 있다.
 ▲고향 오사카에는 특히 제주 출신 한국인이 많았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도 한국인이 들어왔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들어온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생겼다. 또 4ㆍ3 사건에 대해 알게 돼 염두에 뒀고 이번 영화에 넣게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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