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유린하는 ‘보복범죄’ 막으려면
  • 모용복기자
법질서 유린하는 ‘보복범죄’ 막으려면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회 심각한 강력 보복범죄
과거 부모의 원수·가문의 원흉
복수같은 대의명분과 거리가 먼
지극히 졸렬·악랄한 행위 불과
 
손흥민의 중징계가 억울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보복행위 안돼
우리사회도 엄중한 법 적용만이
보복범죄로부터 국민 지켜낼 것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의 단골메뉴는 복수(復讐)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거나 가족을 잔인하게 해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怨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수 십 년간 실력을 연마한 끝에 마침내 악당을 물리치고 복수에 성공하게 된다는 정형화된 스토리다. 형벌제도가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실제로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복수를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권장되기까지 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적인 복수는 금지되고 어떠한 경우라도 범죄로서 처벌 받게 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복수를 금하고 있는 것도 사적인 처벌이 공적 영역의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등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선수로서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승승장구하던 손흥민이 예기치 못하게 축구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일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본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상대팀의 잇단 거친 플레이에 분을 참지 못하고 수비수를 밀어 넘어뜨리는 보복행위를 가하는 바람에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토트넘은 경기에 패했으며, 손흥민 개인적으로는 12일 안방에서 열리는 에버튼과의 최종전에 출전할 수 없어 시즌 최다골 경신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EPL이 폭력행위로 퇴장 당한 선수에게 통상적으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시즌 첫 두 경기도 뛸 수 없어 그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손흥민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보복행위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스포츠 경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에서 보복행위는 엄격한 규정으로 인해 폐해가 심각하지 않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보복범죄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보복범죄를 막을 시스템 부실이 근본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5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아구찜 식당에 50대 남자가 휘발유를 쏟아붓고 라이터로 불을 지른데 이어 인근 국밥집에도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고 식당 주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가 업주의 신고로 처벌받게 된 데 대해 앙심을 품고 저지른 보복범죄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친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70대가 폭력배를 고용해 아내와 며느리를 협박하다 가중 처벌되는 일까지 있었다. 친딸 살해 혐의로 법정에 선 그가 가족들의 진정으로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앙갚음을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의붓딸 살인’은 보복범죄의 심각성과 안전망 부재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지난달 27일 전남 목포와 무안 인근지역 차량 안에서 계부(繼父)의 손에 의해 13살 된 의붓딸이 무참히 살해 당했다. 당시 차 안에는 친모도 함께 있었다. 이들은 딸의 시신을 싣고 돌아다니다 광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사실을 친부모에게 알렸다는 것이 살해 이유였다.

딸은 숨지기 전 계부의 성추행 사실을 친모에게 알렸고, 친모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친부는 지난달 10일 경찰에 신고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기 때문에 전남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하려고 했지만 계부의 주거가 광주였던 까닭에 16일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했다. 친부가 신고한 지 일주일이 다 돼서야 사건이 관할 경찰서에 이관되고 또 경찰이 사건을 접수받고도 미적미적 하는 사이 어린 피해자는 친부모를 비롯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악마의 손에 의해 희생 당하고 말았다. 이에 대한 경찰의 해명이 가관이다. “증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계부를 조사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는 것이다. 손녀를 잃은 피해자의 할아버지는 “성추행 신고를 접수한 신속하게 수사를 했더라면 이 같은 일을 막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가 처음 대하는 사법기관은 경찰이다. 따라서 경찰의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보복범죄로부터 피해자를 구할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경찰이 판단을 잘못하거나 피해자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다면 보복범죄를 막을 수 없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이번 ‘의붓딸 살인’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대사회에는 부모의 원수를 갚거나 가문(家門)의 원흉에 대한 복수가 미덕이었다. 형벌적용이 엄격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와서 복수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미덕도 아니다. 사적인 해결방법이 공적인 법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자행되고 있는 보복범죄란 것도 과거의 대의명분(大義名分)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졸렬하고 악의에 찬 인간들이 벌이는 추악한 범죄행위가 대부분이다. 이런 인간들의 사적인 일탈을 막을 수 없다면 법의 공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형벌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고대사회도 아니고.
축구경기에서 보복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통해 그 폐해를 사전에 차단하듯이 우리사회를 보복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은 엄중한 법 적용 뿐이다. 보복범죄자들에게 무거운 형량을 적용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처벌해야 한다. 보복범죄를 한 번이라도 저지르면 인생이 쫑날 수 있다는 경종(警鐘)을 뼈 속 깊이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보복범죄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법체계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