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는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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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는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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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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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어떤 탐험가가 아프리카 오지의 한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였다. 원주민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이 아무렇게나 가지고 노는 돌맹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사실은 엄청난 값어치의 보석 덩어리여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수억 원을 호가할 보석이지만 그 동네 사람들에게는 뒷동산을 캐다 보면 흔히 떨어지는 돌덩어리일뿐인 것이었다. 고귀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늘 보고 지내는 사람들은 정작 그 가치를 몰라보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 지역이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과 그 가치도 정작 지역 사람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포항의 해양환경, 그 중심의 송도, 그리고 동빈내항, 어디에서도 재현될 수 없는 지역의 중요한 환경자원이다. 하지만 그 가치에 걸맞게 대접받고 있는 것일까.
포항의 송도는 사실 꽤 유명한 편이다. 영화에도 여러 번 출연한 적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멋진 주인공으로서는 아니었다. 오래되어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장 희망 없어 보이는 동네, 어둠이 깔리고 가난과 일탈이 일상화된 것 같은 동네를 묘사하기 위해서 송도의 빈집과 빈창고가 배경으로 쓰이곤 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로만 송도를 접한 사람들은 이곳이 인적도 드문, 시 외곽의 변두리 어디쯤일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송도는 포항 시가지 안에 있으며, 그것도 아예 한가운데이다. 그뿐인가. 어둡기는 커녕 한반도에서 하루의 해를 제일 빨리 만나는 동네의 하나이고, 바다로 열린 탁 트인 전망까지도 가진 곳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쉬워서 키 큰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과 산책로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어둡고 쓸쓸한 장소의 대명사처럼 쓰이다니, 정말 아이러니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한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되어야 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영일만이라는 아름다운 바다를 산업발전을 위해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포항 시민들은 경제를 얻는 대신, 그 대가로 해양환경은 양보해야 했다. 육지와 바다를 연결해 주던 송도는 이젠 멀어진 바다를 바라만보는, 포항의 쓸쓸한 뒤안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지난해에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내항 지역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었다. 군산, 목포, 부산북항 등 대표적인 8개 내항이 가진 잠재력을 분석하는 연구였다. 결과는 놀랍게도 포항 송도, 그러니까 동빈내항이 단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적인 활용 가능성은 물론, 해양문화적 잠재력에 있어서도 인천, 부산과 같은 대도시 내항을 넘는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굳이 숫자로 따져서 분석하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포항만큼 바다와 극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도시는 많지 않다. 맑고 깊은 영일만이 도심 지척까지 들어와 있고, 다섯 개의 섬이었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 강인 듯 바다인 듯 동빈내항이 육지를 가르고 지나간다. 천연의 해양환경을 지닌 도시, 그 중심에 바로 송도가 있다.
다행히 송도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일찌감치 항만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었고, 도시재생뉴딜에서도 이른바 경제기반형 사업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런 외생적인 사업에만 맡겨놓고 있기에 송도는 너무나 중요한 지역의 자산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본질을 함축한 공간이요, 장차 다시 바다를 되찾기 위한 교두보 같은 장소인 것이다. 잠시 빛이 바래있던 이 보석을 다시 다듬어가는 작업을 하나의 사업이나 정책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산업시대를 넘어 새로 열릴 해양문화 시대를 바라보면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다소의 이득을 얻을 개발대상지가 아닌 새로운 포항 그 자체가 되도록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필요가 있다. 잊고 있었지만, 송도는 항구다. 그것도 한반도에서 가장 친수성이 높은 항구이다. 단 하나밖에 없는 포항만의 보석으로 가꿔 가야 할 책임이 바로 지금 우리 세대에게 주어졌다. 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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