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우정노동자들이 다음달 9일 총파업을 실시키로 결의했다. 135년 우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정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조합원 2만8000여명 중 2만7000여명이 참여해 약 92%에 달하는 2만5000여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1884년 개화기 때 우정총국이 설치된 이래 초유의 파업이며, 우정노조가 출범한 지 60년 만에 처음의 일이다. 만약 이번 결의대로 총파업이 진행된다면 사회 기간서비스인 우편대란이 불 보듯 예상된다. 아직 열흘 남짓한 시간이 있으므로 정부와 노조 사이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대타협점을 찾아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000여명이 가입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규모 노동조합으로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노조활동이 허용되는 유일한 공무원 노조다. 우정노조가 이처럼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은 임금인상 투쟁과 같은 일반적인 이유가 아닌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호소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여타의 파업과 궤를 달리한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화되면서 우편사업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편사업은 여전히 보편적 서비스로서 수익성에 따라 업무를 축소할 수 없는 까닭에 집배원들의 근로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과로로 숨진 집배원이 벌써 9명에 달한다.
지난해 우본노조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은 평균 2745시간에 달했다.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693시간 많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는 982시간이 더 길었다. 이는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근무해야 해당 일수를 채울 수 있는 근무시간이며, 설·추석 등 명절에는 주당 최대 70시간까지 일을 해왔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집배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우편사업을 이토록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결코 적다할 수 없다. 이참에 우정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할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당한 투쟁에 대해 정부가 노동탄압을 한다며 강경투쟁을 천명하고 나섰다. 심지어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수준으로 투쟁하겠다”고 했다. 이는 정부와 사법부 위에 민주노총이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비록 의도가 순수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한다고 해도 그 방법이 정당하지 않으면 용납될 수 없다.
사법부의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정부의 노조탄압으로 간주하는 행태는 구시대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오죽 했으면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나서 민주노총을 향해 “귀를 활짝 열고 상식의 눈으로 노동운동을 해달라”고 했겠는가. 아무리 노조라 해도 민심과 동떨어진 행위를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날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정노조와 민주노총 총파업에 보내는 국민의 시선은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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