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F·SUN&MOON
스틸아트페스티벌 등
안내문 외국어 남용 심각
“공공기관과 문화예술계
한글 외면 현실 부끄러워”
“여보, 저 영어로 쓴 현수막 내용이 뭔 지 모르겠네, 당신은 무슨 뜻인지 알아요.”스틸아트페스티벌 등
안내문 외국어 남용 심각
“공공기관과 문화예술계
한글 외면 현실 부끄러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무슨 행사를 알리는 것 같은데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언뜻 이해가 안되네.”
몇 일전 포항 육거리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거리에 붙은 현수막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다.
포항시에서 주최한 공상과학축제에 관한 주제, 날짜, 장소 등을 알리는 것인데 ‘PSF 2019’와 ‘포항 SF FESTIVAL’ 또는 ‘POHANG SF FESTIVAL’이라는 영어로 적힌 대형 현수막이었다. 장소도 인디플러스 포항이다.
“굳이 영어로 써야 하나. 한글로 쓰면 보기도 좋고 이해하기도 쉬운데...,” 부부는 입맛을 다지며 육거리를 빠져 나갔다.
올해 10월 9일은 한글 창제 제573주년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말을 담아내는 우리글이 우리에게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거리 곳곳의 상점이 외국어 간판으로 넘쳐나는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는 국어를 사랑하고 보급해야 할 공공기관이나 문화예술계 조차 각종 행사에 따른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영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포항의 예술계가 공연하는 작품에 ‘SUN&MOON’이라는 주제의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걸려있다.
이 또한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포항이 해와 달, 즉 일월의 도시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SUN&MOON이라고 영어로 된 포스터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그냥 포항철예술축제라고 하면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로 된 문구로 행사를 알리는 사례는 이 뿐만 아니라 연간 수십 건에 달할 정도다.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한글 사랑의 차원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각종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누구나 내용을 쉽게 이해해야 참여율도 높다.
이에 대해 영어로 된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만드는 일부에서는 “행사를 개성 있게 표현하려면 영어를 사용해야 톡톡 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어학자와 상당수 시민들은 “한글을 쓰면 촌스럽고 영어를 써야 뭔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 우월감이 작용한 것이다”며 “세계에서도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우리말, 우리글을 이제는 공공기관이나 문화예술계 조차 홀대하고 외면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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