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폐기물의 원산지(?)가 포항시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포항에 불법 방치되어 있던 1만5000t 폐기물이 처리되지 않고, 일부가 영천으로 장소만 바뀐 채 ‘돌려막기’로 재방치된 것이다. 영천시는 지난 7월 이 업체를 폐기물 방치 혐의로 고발하고, 행정대집행을 계고했다. 6000t의 폐기물이 쌓여있다고 하니, t당 처리비용을 25만원으로만 계산하더라도 또다시 15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환경부가 불법 폐기물 처리 용역을 맡긴 업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쓰레기 돌려막기의 책임은 환경부보다는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계약부터 관리·감독 책임이 지자치체에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계약 과정 또는 처리 과정에서 업체의 폐기물 처리 능력 여부, 실제 매립장·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 계약 현황 등을 제대로 확인만 했다면 이 같은 쓰레기 돌려막기는 원천 봉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국에 방치된 120만t의 방치 폐기물도 그동안 지자체들이 이 같은 확인 없이 돈만 주고 처리 과정은 ‘나몰라라’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현장점검 등 폐기물 처리 업체의 쓰레기 처리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면 결코 재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방치폐기물 돌려막기 발생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무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능이 아니라면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관계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법 당국은 계약 과정을 살펴 비리가 있다면 발본색원해 엄벌해야 한다.
전국의 불법·방치폐기물 120t 처리 비용으로 약 24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상승해 폐기물 비용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법·방치폐기물이 돌려막기에 다른 곳에 다시 적치되게 되면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폐기물 처리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방치폐기물 처리 모범사례로는 대표적으로 의성군이 꼽힌다. 환경부와 의성군은 올해 하반기부터 쓰레기산 처리를 위해 현장에 방치폐기물을 선별할 재활용 설비를 설치, 재활용 상태로 가공 반출 및 열회수 재활용처리를 통해 폐기물이 재방치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상태로 가공 반출되는 폐비닐의 경우 재활용사에 직접 공급되는 양만큼만 처리 비용을 정산, 한국형 재활용 처리 시스템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환경부와 의성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의성 쓰레기산의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소각처리 방식보다 약 16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성군수는 농림부차관 출신으로 행정전문가인 김주수 군수다. 쓰레기 처리문제 하나에서도 자치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무리한 폐기물 조속처리 추진에도 문제는 있다. 수요처가 마땅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인 것이 폐기물 불법 적치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업계에서는 폐기물 처리 포화로 인해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폐기물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시장여건을 봐가면서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게 옳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 돌려막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 의무를 방기(放棄)한 해당 지자체에 패널티를 부여해 책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로 방치폐기물이 재방치될 경우 폐기물처리 비용을 더 이상 국고에서 지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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