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섣부른 추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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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섣부른 추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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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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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결국 대학입시제도의 전환으로까지 이어질 모양새다. 현재 대학입시의 가장 흔한 방법으로 정착된 수시모집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설익은 입시정책이 야기한 혼란상황을 적잖게 경험한 국민들로선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교육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정치권, 대학가, 학부모들은 입시정책 전환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우려의 눈초리의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교육 불공정을 언급하며 정시 비중을 높일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사흘 후인 25일에는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조국 전 장관 사태로 불거진 교육을 비롯한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불공정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야당도 정시확대 논의에 본격 가세했다. 한국당은 최근 정시 비율을 5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저스티스리그를 주장해온 황교안 대표는 “학생들이 공정한 마당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시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법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대학 모집인원의 60% 이상을 정시로 선발토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김재원 의원도 입학전형에서 특별전형을 삭제하고 정시와 추가모집으로만 구분해 선발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렇게 청와대와 여당, 제1야당까지도 정시 확대 추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나서면서 이르면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확대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섣부른 정시확대가 가져올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사실 수시모집은 정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다. 김영삼 정부에서 수능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막고 폐단을 일으킨다는 공감 하에 서울대 폐지와 함께 검토하며 도입한 정책으로 1997학년도부터 실시됐다. 도입 초창기에는 수시 전형 대학이 제한적이었고 비율도 작아 대부분 정시로 대학에 들어갔으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실세 장관이었던 이해찬 교육부 장관(현 민주당 대표)이 전격적으로 무시험 대학 전형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수시 비중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그 후 갈수록 비중이 늘어나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화 등을 추진하면서 현재 거의 8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시의 비대화로 인한 각종 입시비리, 교육 불공정을 초래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 원인이다. 그렇다고 이미 20여년 전 여러 폐단을 낳은 바 있는 정시로 무작정 회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대입정책에 따라 대학입시를 준비했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들도 정시확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은 중소도시나 농어촌 등 지역균형선발전형 수시모집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정시확대 땐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밀려 학생모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정시가 대폭 확대되면 지방대학의 고사(枯死)는 불 보듯 뻔하다.

교육백년지대계란 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사회분야 중 가장 천천히, 그리고 보수적으로 변해야 하는 곳이 교육분야다. 교육은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기 때문에 눈앞의 이익만 살펴 정책을 추진하다간 잘못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로 교육정책이 변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다. 잘못이 있으면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한 끝에 부작용이 적고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옳다. 국민 호불호에 영합해 충격요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교육이라면 더군다나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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