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축구, 벨과 함께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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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女축구, 벨과 함께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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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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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
일본에 0-1로 아쉽게 져
결과보다 비전 제시 의의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7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 1 한 점차 패,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0월 영국 태생으로 영국과 독일 이중국적 소유자인 콜린 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외국인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까지 3년이다. 이제 우리 여자축구도 전환기를 맞아야한다는 판단과 함께 외국인 지도자와 함께 긴 안목으로 호흡하려한 축구협회의 선택이었다.

때문에 벨 감독의 데뷔 무대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결과보다는 내용, 지금의 결실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벨 감독 역시 대회를 앞두고 “일본과 중국 모두 강팀이기 때문에 우리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내년 2월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기에 더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여자대표팀의 가장 큰 현안인 사상 첫 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한 무대가 내년 2월 제주도에서 펼쳐지기에, 벨 감독도 이번 대회를 적절한 담금질 무대로 삼겠다는 복안을 품었다. 하지만 동시에 벨 감독은 “우리가 치르는 모든 경기를 다 이기는 것”이라는 다부진 목표를 추가했다.

그때는 사실 형식적인 출사표라 생각했다. 수장이 시작부터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으니 적절한 쇼맨십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허언이 아니었다. 비록 약속은 지키니 못했으나 대표팀은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내용과 결과를 보여줬다.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7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경기 막판에 나온 페널티킥 실점이 한국의 우승을 무산시켰다.

아시아 최강을 거의 잡을 듯 몰아붙였던 경기다. 마냥 투지로 달려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 아래 펼쳐진 것이라 더 고무적이었다.

벨 감독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1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장슬기 정도를 제외하면 1차전에 나선 선수들은 대만과의 2차전 때 아예 뛰지 않았다. 중국전이 펼쳐진 날이 지난 10일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선수들은 일주일이라는 긴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기에 출전한 셈이다. 그렇게 축적된 체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은 시종일관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방 공격수들부터 높은 곳에서 공을 탈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허리 진영으로 공이 투입되면 곧바로 협력수비를 펼쳤다. 덕분에 일본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정교한 패스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한 경기 운영이었지만 선수들은 경기 후반부까지 같은 수준의 압박을 펼쳤다. 미리 준비되지 않았다면 실천이 어려웠을 일이다.

준비된 시나리오 속에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승부였는데, 경기 막판 승리의 신이 한국을 외면했다.

후반 40분 상대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수비수 심서연이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불운이었다. 공이 심서연 허벅지를 맞고 몸을 타고 올라가면서 손이 닿았던 장면이다. 이를 키커로 나선 모미키 유카가 성공시키면서 균형이 무너졌고 0-1 스코어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그리 달가운 표현은 아니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운)’로 기억될 경기다.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 훈련장에서 만났던 콜린 벨 감독은 “일본은 아주 좋은 팀이다. 감독과 선수들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팀이고, 따라서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래서 내일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 지시 그대로 선수들은 끝까지 도전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14년만의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지는 못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비전’은 보여준 대회다. 아쉬움이 크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콜린 벨 감독은 일본전이 끝난 뒤 “일본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 같았다”는 파격적인 소감을 남겼다. 승부욕 단단한 지도자와 함께 내일의 희망을 쏜 여자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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