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4주기, 유가족들만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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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4주기, 유가족들만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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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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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 언론인 
 
 서해 북방 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함정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장병 6명을 추모하는  4주기 행사가 지난달 29일 경기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렸다.
 추모식장에서는 조국을 지키다 꽃다운 나이에 떠난 아들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유가족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여야 각당 대표가 참석했고, 윤광웅 국방장관과 남해일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애국원혼을 기려달라는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의 4년에 걸친 `애원’을 못 본 체 넘어간 것이다.
 김중련 2함대사령관은 추모사에서 희생 장병 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꽃다운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치고 장렬히 산화한 그대들의 위국 헌신의 정신과 살신성인의 군인정신은 뼛 속 깊이 남아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추도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은 추모사도 읽지 않았다. 추모식은 오직 유가족들과 당시 교전을 벌인 해군 2함대의 `행사’로 끝났다.
 노 대통령은 서주석 안보수석을 통해 꽃을 보냈을 뿐이다. 임기 중 한 번도 추모식을 찾지 않은 노 대통령은 그나마 예년에 보내왔던 추모사도 대독되지 않았다. 추모사와 헌화·분향식 정도로 진행된 행사는 40여분 만에 끝났다. 목숨을 바쳐 NLL을 사수하다 장렬히 전사한 여섯 젊은이들에 대한 너무나도 단촐하고 초라한 추모식이었다. 
 반면 뉴라이트 대구연합은 이날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소속 회원과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구지부, HID설악동지회 대구지부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교전 4주기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민간단체가 추모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고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60)씨는 아들 얼굴이 새겨진 청동 부조상에 얼굴을 대며 그리운 아들의 이름을 불러댔다. 임씨는 “천형이 딸이 벌써 다섯 살인데 요새 자꾸만 아빠를 찾아요. 그럴 때마다 가슴에 묻은 아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요”라고 울먹였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씨도 “엄마야, 엄마가 왔는데…”라며 아들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너를 이렇게 일찍 보내야 하느냐”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들의 희생으로 안심하고 살고 있는 국민들 대신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너무도 애처롭다. 일부 신문만 이날의 의미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크게 다뤘을 뿐 대부분의 매체는 슬쩍 언급하는 것으로 스쳐 지나갔다.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 정신도 이념과 노선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세태가 부끄럽다.
 이 때문인지 정부를 원망하고 세상 인심을 야속해 하는 유가족들의 눈빛이 역력했다. 유가족들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할 말이 없다”, “내가 인터뷰 해도 달라지는 게 뭐냐”는 말로 거절하면서 정부와 국민들의 무관심에 서러운 마음을 토해냈다. 고  한상국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60)씨는 “바다만 쳐다봐도 화가 치밉니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아들이 자랑스럽지만 바다에 배가 떠 있는 것만 봐도 가슴이 무너져 내려 바다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교전에서 6명의 전우를 먼저 보낸 357호정 생존 승조원들도 안타까운 마음은 유가족들과 마찬가지였다. 한 생존 승조원도 “오고 싶어도 일 년에 한 번 밖에 못 오는 상황”이라며 “(추모식에) 와도 식만 달랑 하고 끝나는 걸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당시 교전에 참가했던 고경락 예비역 병장은 교전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듯 괴로운 표정으로 “북한은 지금 이산가족 상봉이니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고, 우리도 햇볕정책을 하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심사가 뒤틀리면 언제 (모든 상황을) 뒤집을지 모른다”면서 “난 정말 그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에 8개의 파편이 박힌 채 살아가고 있다는 김승환(25·경기도 안양) 예비역 병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나 많지만 못 하겠다룠고 울먹거렸다.
 국가란 국가를 지키다 희생된 선열들에 의해 존재한다. 국가가 국가를 위해 목숨바친 장병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와 지도자는 누구로부터도 존경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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