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지원 속도전이 안 먹히는 이유
  • 경북도민일보
정부의 금융지원 속도전이 안 먹히는 이유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0.0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과실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중기·소상공인 대출 지연에 금융지원 신속 집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 5대 민간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보증기관을 포함한 정책금융 기관 대표들과 가진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자리를 통해서다.

정부가 지난 3월 24일 100조원 규모의 긴급 구호자금 투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자금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금융지원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간담회는 자금지원의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당장 생계에 위협을 겪고 있는 중기·소상공인들을 위한 긴급 자금인 만큼 신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계 인사들과 한자리에서 회동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전격 취소하고 간담회를 연 것만봐도 자금지원의 시급함을 알 수 있다. 금융지원 대책이 적시적소에 시행이 안되니 대통령이 직접 시중은행장 등을 만나 독려에 나선 것이다. 자금 지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경제를 덮치면서 실직자들은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6000명 이상이 실직하고 있다는 통계는 심각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하루마다 6천명 짜리 대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 지원 속도에 코로나19 극복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속도전에만 매몰되다보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거기에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결국 정부가 아무리 속도전을 주문해도 일선 현장에서는 복지부동할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과실이 있을 수 있다”며 “특별히 다른 고의가 없었다면 기관이나 개인에게 정부나 금융당국이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약속도 현장에서는 아무 쓸모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이 정부의 뜻에 따라 조속히 자금집행을 해서 과실이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음 정부에서 금융기관을 적폐로 몰아 처벌하면 고스란히 법의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 전임 정부에서 발생한 일들을 적폐로 몰아 단죄했다.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는 기간은 고작해야 2년 정도인데, 그 이후 처벌받으면 누가 책임져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대통령의 과실 책임 면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현장에서 속도보다는 과실이 없도록 꼼꼼하게 일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