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 대승적인 양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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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 대승적인 양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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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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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남은 기간 동안 대승적인 양보가 없으면 원만한 결정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다”면서 “특히 중소 영세 사업장이나 소상공인이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경영난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알바, 플랫폼 노동자, 하청,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글로벌 장기불황에다 미증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까지 덮쳐 기업, 자영업 등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힘든 상황에 처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이 있고 근로자가 있듯이 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하루하루 빚으로 버티는 이들에게 2년 연속으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은 지금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데 또다시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사실상 기업을 포기하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10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5월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로 전월대비 16조원 늘었다. 코로나가 가장 극성을 부린 4월, 3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5월 기준으론 역대 최대폭 증가였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가 13조원을 차지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영세기업 대부분이 빚으로 버틴다는 말이 지표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구지역 기업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구상의가 지난 11일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의견조사 결과 10곳 중 9곳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93%가 ‘올해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7.4%에 그쳤다. 기업 86%가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했으며 74%는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15%는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사업 종료를 검토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은 통계와 대구상의 조사는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빚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 간판을 내리는 곳도 있을 것이다. 물론 기업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취업을 못해 아까운 청춘을 허비하는 청년백수, 가장이 일자리를 잃어 생계위기에 몰린 가정 등 수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일자리를 얻어 가계경제가 살아나고 나라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기업이 먼저 살아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의 활로를 위한 최소한의 숨통을 틔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그런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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