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진영도 등돌린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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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진영도 등돌린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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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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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지난달 26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화운동 명예회복과 법률시행 6년의 문제점과 합리적 정책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군의문사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군가협),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등이 참석했다. 군부독재정권 시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민주 진영’이 망라된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쏟아진 소리는 “개혁을 해 국민 모두 잘 살게 하라고 386에게 정권을 줬더니, 국민을 버리면서 혼자만 간다.”(박원식 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명예회복위원장)라는 386에 대한 매서운 비난이다. 386이라고 표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겨냥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대중들은 더 이상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정치인 수사(修辭)를 믿지 못하며,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민주화의 성과와 전망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김정주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교수)는 발언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발제를 맡은 김정주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교수는 “내년 한국사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20돌을 맞게 된다”며 “그간 한국사회는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등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에 진전을 보았다”고 긍정 평가하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 상황을 볼 때 이같은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1987년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이 국민 대다수의 실질적 삶의 조건을 얼마나 바람직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현재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자리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 중 절반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나마 안정된 일자리를 얻더라도 나이 40에 이미 퇴직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실업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무능력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386들의 무능을 더 이상 적나라하게 꼬집을 수 없는 발언이다. 김 교수는 `1987년 이후 한국사회가 경험한 민주화 과정은 자기모순’이라는 극단적인 진단을 내렸다. 민주화도 좋고 진보도 좋지만 국민 다수의 실존적, 실질적 삶의 조건 개선이 이념보다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지적은 “민주화 세력의 정치 실패가 대중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박정희 신드롬’의 진원지”라는 부분이다. 민주화 진보세력의 실패가 독재정권과 독재자의 미화(美化)에 일등공신이라는 얘기다. 박 전대통령을 독재자로 비난하는 민주진영 정권이 그보다 무능할 뿐만 아니라 훨씬 부패했다는 날카로운 해부다. 독재자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를 386들이 불러 내고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최장집 교수가 지적했듯 “1987년 체제는 재벌, 언론, 관벌 등으로 구성된 `구체제’의 보수독점적 지배연합을 대체할 새로운 지배질서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새롭다.
 박원식 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명예회복위원장은 “IMF이후 경쟁 우위에 있는 일부 재벌과 기득권을 대변하는 이상한 경제개혁을 취하는 것이 지금의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현주소”라며 “개혁을 해 국민 모두 잘 살라고 386에게 정권 줬더니, 국민들을 버리면서 혼자만 간다”고 권력 386을 질타했다. 386 출신으로 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명운 위원장도 “처음 기대하고 386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개혁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조광철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무국장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나, 지난 해 말 쌀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 등 개별 정책들을 놓고 볼 때, 386들이 과연 의회에서나마 민주적인 대응을 한 것이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물론 이들이 386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민노당은 추진동력이 없고, 한나라당은 대안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386들이 바로 386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은 물론 민주진영으로부터 `탄핵’ 당하기 일보직전으로 내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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