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에서 지워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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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에서 지워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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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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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효용성과 가치는 다양하다. 사회, 경제, 문화, 군사, 공간에 걸쳐 국가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속도로는 국가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의 네트워크 구성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특히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막강하다. 고속도로 자체가 부를 창출하지는 않으나 접근성 향상, 이동시간 절약과 이동공간 확대로 다양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도 기준 120조원으로 산정했다. 그 중에 우리나라의 대표주자인 경부고속도로는 여러 개의 광역시를 거치면서 통행시간을 줄여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바꾸어 놓았고, 주요공업단지와 수출 항구를 연결하여 물류수송길을 터줌으로서 철강, 자동차, 선박 등 각종 중공업 산업발전과 고도성장의 토대가 되게 하였다. 경부고속도로의 현재가치는 물류수송비용 감소, 차량운행 비용 감소 등으로 연간 13조 5천억 원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하니 가히 대한민국의 심장이 멈추지 않고 힘차게 박동하게 하는 국토의 대동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1968년 2월 1일에 첫 삽을 뜬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초기에 학계와 언론, 정치권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독일의 경제 부흥을 배우기 위해 순방길에 오른 박정희 대통령은 2차 대전에서 폐허가 된 독일이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한 배경이 도로건설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귀국하여 곧바로 경부선 건설을 강행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140달러에 불과했던 빈곤국가에서 그 당시 화폐가치로 430억 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공사비 부담과, 서울.부산간 15시간이 소요되기는 하나 철로가 놓여있어 중복투자가 될 수 있으며, 전국에 있는 자동차를 모두 합쳐도 5만대가 되지 않아 도로를 다닐 차도 없으니 효용성이 결여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 박대통령은 재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밀어붙였다. 기술력, 자본, 건설장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었다. 가진 건 의지와 오기뿐이었다. 공사 도중에 부상자가 속출했고 사망자는 77명이나 되었다. 펼쳐지는 구간마다 콘크리트 속에는 건설노동자의 피와 땀과 눈물이 흥건하게 스며들었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공사를 2년 5개월 만에 완공하고 준공식이 열리던 날, 환희와 감격에 박대통령은 굵은 눈물을 쏟았고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지점인 추풍령고개에는 이 대역사를 기리기 위한 준공기념탑이 서있다. 전면에는 “조국 근대화의 길이며 국토 통일의 길”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그 옆에 기념비가 하나 더 들어섰다. 경부선 개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세운 것이다.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는 글귀가 있고, 옆에는 경부선 건설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532명의 명단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한 박정희라는 이름만 쏙 빠져있다. 그 대신 흙 한줌 퍼 나른 적이 없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국가발전의 초석이 된 단군이래 최대공사에 국가나 공기관이 아닌 특정개인이 헌정인으로 각인된 것도 의아스럽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역사의 주인공인 박대통령 이름을 고의적으로 뺀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과를 따지지 않고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하여 대한민국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 정권 인사들의 속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찌 이리 노골적으로 뻔뻔할 수 있을까. 보수 세력 인물에 대한 역사적 공적을 어떻게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미워 내치고 싶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명확한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었던 것일까. 국토부 장관은 지금까지 재임기간 동안 21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모두 실패하고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되자 퇴임 전에 기념비에 이름이라도 억지로 새겨 넣고 싶었던가 보다. 실소가 나온다.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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