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김태균 "야구만 보고 살아와…그래서 해보고 싶은 게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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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김태균 "야구만 보고 살아와…그래서 해보고 싶은 게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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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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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선언한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기자회견 중 눈물을 쏟았다. 후련섭섭함 속에 북받친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정민철 단장,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 등과 포옹하며 인사를 마친 김태균은 “안녕하십니까. 한화 이글스 김태균입니다”라고 입을 뗀 후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입을 떼지 못한 김태균은 “20년 동안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팬들에게 먼저 인사를 전했다.

이어 김태균은 “충청도 천안 출신으로 항상 한화 야구를 보면서 운동을 했고, 한화에 입단해 잘하겠다는 꿈을 갖고 자랐다”며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한화 선수여서 행복했다. 한화 이글스는 내 자존심이었고 자부심이었다”고 먹먹한 소감을 말했다.

다음은 김태균과 일문일답.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아쉬울 것 같다.

▶사실 그때는 어렸고,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이끌어주셔서 한국시리즈라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지 못했다. 그때는 우리가 강팀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기대를 했다. 후배들한테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으니 기회가 올 때 최선을 다해 잡으라는 말을 많이 했다.

-별명이 많은 편이다.

▶안 좋은 별명들도 있었지만 다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걸 접하면서 나 역시도 웃은 적이 있었다. 팬들의 사랑이고 관심이다. 이제는 그 별명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쉽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은.

▶너무 많지만, 어린 시절 ‘김질주’라는 별명이 내 이미지와 달라 기억에 남는다. 덩치도 크고 느릿느릿하기 때문에 김질주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팀의 중심이 된 후에는 ‘한화의 자존심’,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1년 계약을 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1년 계약을 하면서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이 난다면 결단을 내리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팀이 나로 인해 갖게 될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하고, 스무살 젊을 때보다 운동량을 늘렸다.

후회를 남기기 싫어 최선을 다해 준비를 잘 했는데, 시즌 개막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2군으로 내려갔을 때 사실 그때 혼자 마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했다. 8월에 다시 2군에 가면서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서산에서 많은 젊은 유망 선수들을 보면서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

-은퇴 결심을 한 뒤에도 서산에서 훈련을 계속한 이유는.

▶서산 야구장은 젊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다. 얼마나 힘들게 준비를 해서 1군 무대에 서는지 그런 과정들도 잘 알고 있었고, 선수들이 워낙 준비를 잘 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가 뭔가 그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물어보는 것에 성실히 답변도 해주려고 했다. 사실 나도 힘든 상황이라 쉽지는 않았는데, 최대한 티를 안 내려 했다.

-30홈런 시즌이 두 차례(2003년, 2008년) 밖에 없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아웃되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아웃되는 것도 싫었고 삼진 당하는 것도 싫었다. 배트에 공이 안 맞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항상 타율도 좋고, 정확성도 좋고, 홈런도 잘 치고, 투수들이 상대하기 꺼려하는 타자가 되려고 어린 시절부터 준비했다. 프로에 와서도 홈런이 많지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타자의 기준에 맞춰서 지금까지 해왔다. 개인 성적이나, 내 타격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고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포스트 김태균을 꼽는다면.

▶마음 속으로는 있지만, 모든 후배들이 다같이 잘했으면 좋겠고, 다같이 포스트 김태균이 돼서 한화 이글스가 최강팀이 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굳이 한 명을 지목하지는 않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은.

▶기록을 의식하면서 뛰는 스타일이 아니라 크게 없다. 하지만 300홈런, 2000안타, 1000타점을 만들었다는 것은 뿌듯하다. 주목을 많이 받았던 연속 경기(86경기) 출루 기록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는.

▶안타는 아니고 홈런이었다. 신인 첫 안타였던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TV로 보시다가 (눈물을 참은 뒤) 우셨다. 첫 안타이자 첫 홈런, 그 타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종의 미를 바랐을텐데.

▶처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도 중요하다. 선수라면 누구나 팀도 좋은 성적에 본인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이승엽 선배님이나 박용택 선배님처럼 멋있는 상황을 꿈꾼다. 하지만 다 상황이 있는거고, 그 선배들은 워낙 뛰어난 선수라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했고, 팀 상황에서도 내가 빨리 결정을 해주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치열한 삶을 벗어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야구만 바라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한화 이글스가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는 공부도 하고 싶다.

주변에 선배들이나 좋은 분들이 많으니 조언을 구해서 어떤 식으로 뭘 배워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겠다.

-지금까지 달려온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면.

▶초등학교 2학년, 아무 것도 모를 때 아버지가 야구를 시켰다. 그때는 사실 친구들하고 뛰어놀고도 싶어서, 사실 그 어린 나이에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야구 안한다고 집에도 가버리고 그런 상황도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감독님이 잡아주셨고, 아버지도 잡아주셨다. 중학교로 올라가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가야하는구나’ 하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 때부터는 전혀 부모님 속을 썩이거나 다른 생각 하지 않을 정도로 목표를 갖고 운동했다.

사실 거의 야구만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부모님이 외진 곳에 실내 연습장도 지어주셔서 피칭, 배팅 연습도 했다. 그 정도로 야구만 보고 살아왔다.

아버지도 제가 운동 끝나고 집에 오면, 스윙을 천개씩 안 하면 잠을 안 재울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이글스 유니폼을 벗지만, 앞으로 더 기대되는 제2의 인생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1982년생 황금세대의 은퇴다.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괜히 친구들한테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친구들은 오래오래 더 잘해서 내가 하지 못한 멋진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대표팀에서나 서로 의지를 많이 했었고 좋은 추억들이 많으니까 그 추억들 안고 떠나겠다.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30~40점 밖에 안 되지 않나.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개인 점수를 매길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굳이 매기자면 중심타자, 주축 선수로서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지 못해 점수를 많이 줄 수 없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스승 세 분만 꼽는다면.

▶정말 많은데. 신인 때부터 많은 기대를 하시고 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시면서 동생처럼 아껴주신 이정훈 전 2군 감독님.

그리고 김인식 감독님이랑 같이 뛰면서 그때 야구가 많이 늘었다. 개인훈련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시기다. 한 단계 선수로서 올라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김성근 감독님도 항상 안주하지 않도록,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다.

-영구결번에 대한 생각은.

▶그 부분은 구단과 관계자분들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뛰어난 선수가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구단이랑 상의를 해봐야될 것 같다.

-마지막 한 타석은 보고 싶다는 팬들도 많다.

▶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은퇴 의사를 전달했을 때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논의를 하셨고 제의도 해주셨는데, 그 한 타석이 나에겐 개인적으로 소중하지만, 나보다 더 간절한 타석일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내가 마지막 가는 길에 그 선수의 기회를 뺏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번복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 그 한 타석으로 내년에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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