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역사문화도시 흥해,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디자인 한다
  • 경북도민일보
포항의 역사문화도시 흥해,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디자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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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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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희망의 싹을 틔운다
흥해향교 상공에서 바라본 흥해시가지 전경. 사진=유재영기자 드론촬영.
대성아파트 부지에 조성될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 흥해커뮤니티센터의 조감도.

성장 그늘에 가렸던 도시계획에 대한 성찰

포항은 삼국시대부터 왕실과 국가의 번영을 기원한 신성한 곳이었다. 신라는 계절마다 국가행사차원에서 제사를 올렸는데 바로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이다. 이들 제사 중에서 국가행사 2등급에 해당하는 중사가 치러졌던 곳이 포항이다. 중사는 바다를 지키는 용(龍)을 신격으로 모시고 국가중대사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던 곳으로 삼국사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4해(四海)는 동쪽의 아등변(阿等邊) 근오형변(斤烏兄邊)이라고 이르는데, 퇴화군(退火郡)이다. 남쪽의 형변(兄邊) 거칠산군(居柒山郡) 서쪽의 미릉변(未陵邊) 시산군(屎山郡) 북쪽의 비례산(非禮山) 실직군(悉直郡)이다.”

(三國史記 卷第三十二 雜志 第一 祭祀) 여기서 아등변은 현재 포항시 연일읍을 가리키는 옛 지명이고, 근오형변은 포항시 동해면 도구리 또는 오천읍 일월동을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퇴화군은 의창군의 옛 지명으로 포항시 흥해읍을 가리키는 말한다.(정구복 외, 《역주 삼국사기》 4 주석편(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4쪽) 이것으로 볼 때 중사로 지내는 동해사해신제는 흥해의 옛 지명인 퇴화군에 있는 아등변(연일)과 근오형변(오천)에서 지낸 것으로 되어있어 당시 포항이 흥해 중심의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흥해가 신라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다. 바로 국가차원의 제사인 중사로 지내는 4독(四瀆)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사독은 동독(東瀆), 남독(南瀆), 서독(西瀆), 북독(北瀆)을 말하며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깊은 관계가 있는 네 개의 강에서 지내는 국가차원의 제사였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4독(四瀆)은 동쪽의 토지하(吐只河) 계포(繫浦)라고도 이르는데, 퇴화군(退火郡)이다. 남쪽의 황산하(黃山河) 삽량주(揷良州), 서쪽의 웅천하(熊川河) 웅천주(熊川州), 북쪽의 한산하(漢山河) 한산주(漢山州)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915년 선덕여왕 4년 4월과 6월에 “참포(塹浦)의 물과 동해(東海)의 물이 서로 부딪쳐 물결의 높이가 20여 장(丈)이나 되더니, 3일 만에 그쳤다”는 기록으로 봐서 퇴화군 즉 흥해읍의 토지하(吐只河)는 곡강천을 말하며 ‘계포(繫浦)’ 또는 ‘참포(塹浦)’는 곡강천의 포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사회에서 농사는 국가의 근간을 논할 만한 산업이었다. 하전은 예나 지금이나 농경에 있어 반드시 필요했던 핵심시설이다. 그런 점으로 봐서 흥해의 곡강천은 정신적으로는 국가차원의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이었고 현실적으로는 국가하천으로서 경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흥해는 국가의 정신적 상징성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호국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성곽의 도시이다. 481년 음력 3월 소지왕 때 고구려와 말갈이 쳐들어왔으나 신라·백제·가야 연합군이 격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미질부(彌秩夫)까지 진군해 왔으나 연합군이 길을 막고 추적해 물리쳤다고 되어있다. 미질부는 흥해를 가리키는 군명일 뿐 성곽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때까지 흥해에는 성곽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504년 지증왕 5년 “인부를 징발하여 파리(波里), 미실(彌實), 진덕(珍德), 골화(骨火) 등 12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여기서 미실(彌實)은 바로 남미질부성(南彌秩夫城)이다. 일명 망창산성(望昌山城)이라고도 하며 현재 흥해읍 남성리, 중성리, 망천리 일대에 흔적이 남아있다. 남미질부성은 토성이지만 특이한 축성방식을 채택하였다. 다진 진흙을 일정한 두께로 쌓아 올려 토성의 단점을 보완한 판축식 토성이다. 여기에 다시 기와 조각을 다져서 쌓은 와적토축으로 축성되었다는 점이 가치를 더한다. 북미질부성(北彌秩夫城)도 같은 시기에 축성된 것으로 흥해읍 홍안2리 곡강천이 흐르는 일명 낚시봉의 암벽을 깎아 흙으로 성을 쌓았다. 고려 태조 13년 남·북미질부성를 합쳐 흥해군으로 삼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동여진 및 왜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여러 차례 보수가 이루어졌고 1380년 왜적의 침입 이후 읍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1389년 흥해읍성이 축조되면서 폐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흥해읍성은 흥해읍 성내리 일대에 흔적이 남아있다. 1011년 토성으로 축성되었다가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자 1389년 다시 석성으로 개축하였다. 둘레 1493척, 높이 13척, 성내에는 3개의 우물이 있었고, 남북으로 2개의 문을 두었다. 일제강점기 성벽을 헐어낸 대부분의 돌이 포항축항공사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문화유산은 지키고 보존할 수 있을 때 소중함이 커진다. 현실에서 존재하는 문화유산은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일상적으로 접해짐으로서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옥성리(玉城里), 약성리(藥城里), 학성리(學城里), 남성리(南城里), 성내리(城內里), 중성리(中城里)는 과거에 존재했던 성곽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지진으로 흔들린 흥해, 2023년까지 총사업비 2257억 투입해 재생한다

포항시가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토부로부터 승인받은 특별재난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진 상처가 곳곳에 남은 흥해읍을 새로운 도시로 바꿀 계획이다. 지진피해 밀집지역 도시재건계획 수립 용역과 공공임대 주택 건립 및 이재민 긴급주거지원 연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재생사업은 흥해읍 소재지 120만㎡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사업비 2257억을 투입해 전파공동주택 부지에 거점앵커시설을 건립하고 도시기반시설을 확충시켜 정주여건 개선, 주택정비사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포항시는 특별재생계획에 따라 대성아파트를 철거한 자리에는 687억원을 들여 공공도서관, 시립어린이집, 장난감어린이집, 키즈카페 등을 만든다. 이곳은 북구지역의 문화·복지 중심지인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경림뉴소망타운 자리에는 117억원을 들여 평소에는 실내체육시설로 활용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대웅파크맨션2차가 있는 곳에는 209억원을 들려 수영장 등을 갖춘 국민체육센터와 생활문화센터를 만드는 한편 대웅파크맨션1차는 북송둘레길 주차장 조성, 해운빌라는 체육시설, 대웅빌라는 작은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흥해 특별재생사업 추진을 위한 하드웨어 사업은 물론, 주민 역량강화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지진 이후 인구 유출, 지역경기 침체, 사유시설의 보상 미비 등 포항시 전역에 도시 경제 침체에 대응하는 도시부흥 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2021년)까지는 주택복구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또 포항시는 국가 추경에서 확보한 지진피해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립비 333억원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2022년까지 1차 사업으로 17~18평형대(전용면적 50㎡~60㎡) 공공임대주택 300세대(특별재생 구역 내 100호 포함)를 우선 건립하여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포항시는 지진피해 이재민의 피해주택 복구 및 일상회복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세대별 면담을 통한 주민의견을 수렴해 필요가구에 대해 이재민 주거연장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리스를 통해서 본 흥해 역사문화도시의 가능성

그리스를 서구 문명의 토대를 마련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문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의학, 과학, 수학, 문학 등이 그러하다. 민주정치체제 또한 그리스에서 싹을 틔웠다. 뿐만 아니라 건축과 예술분야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듬어져 황금분할을 탄생시켰으며 이는 현대 건축과 예술에서 아직도 활용되는 법칙이다. 이러한 것의 대부분이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 아크로폴리스가 있었다. 아테네는 도시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신인 아테나를 모시는 도시라는 의미이다. 아크로폴리스(Acropolis)는 ‘높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크로(akros)와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의 합성어이다. 아크로폴리스의 중앙이자 가장 높은 곳은 수호신들을 모시는 신전으로 되어있다. 바로 이곳이 그리스 신화가 탄생한 곳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작은 언덕의 도시이지만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고대건축 유적과 문화유산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어 전 세계에서 사계절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그리스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유네스코의 마크도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형태를 따온 것으로 세계 문화유산의 상징성을 아크로폴리스에 두고 있다. 역사문화물은 그 국가의 자부심을 높이기도 하지만 한 도시를 특징짓게 해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게도 한다. 한국의 역사문화도시가 경주라면 포항의 역사문화도시는 흥해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흥해를 재건하는 것이겠지만, 도시재생은 복구와 재생만이 능사가 아니다. 역사와 문화적인 특성을 지역적으로 녹여 담는 것도 중요하다. 포항은 역사문화물이 흔치 않는 도시이다. 그런 이유에서 흥해를 역사문화도시로 창생(蒼生)시키는 것도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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