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재야 원로들의 현실정치 개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선 범여권을 향해 `후보 단일화’와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고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외쳐 현실참여의 도를 넘어섰다. 진보-좌파의 실패를 꼼수로 막아보겠다는 몸부림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그제 한국일보에 기고한 `국민은 노망이 들었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백낙청, 함세웅, 고은, 한승헌, 황석영 등 `반(反)한나라 대연합’을 절규하는 재야 원로들을 신랄히 비판했다.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원로들까지 범여권에게 `정치공학 쇼’를 화끈하게 벌일 것을 요구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은 왜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이 노망 든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범여권은 바로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공학’을 위해 발버둥쳐 왔다”고 범여권의 `맹목’을 질타하며,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맨 재야 원로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민심이 철저히 등 돌렸는데도 정신 차리지 못한 범여권을 감싸는 재야 원로들이야말로 민심을 잘못 읽는 주인공들이다. 10년 전 진보-좌파 집권을 위해 나섰던 재야 원로들 역시 진보 정권 10년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일부 재야는 반미를 외치고 친북으로 달려가며 우리의 젊은이들을 오도해왔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재야 원로들은 민생 고통을 외면하고 정적만을 상대로 정치를 한 노 정권의 자폐적 일탈을 무섭게 질타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재야 원로들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일탈을 거들었다”고 꼬집었다. `잃어버린 10년’을 책임져야 할 범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재야 원로라는 `정치꾼’들도 포함된다.
`원로’는 원로다워야 한다. 지저분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 놓고 지지하는 세력이 승리하면 그 과실을 따먹겠다고 나서는 원로란 존재할 수 없다. 진정한 원로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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