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한국 송환을 죽도록 꺼렸던 김경준 씨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귀국한 이유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김 씨 귀국은 정보기관의 `사전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폭로한데 이어 국민일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배후 의혹’을 본격 제기한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 교도소에 김경준과 함께 복역하다 김 씨보다 한 달 앞서 국내로 송환돼 대전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가 미국의 김경준에게 보낸 서신 사본을 공개했다. A씨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로 시작된 편지에서 `난 대전에 와 있네.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네…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라고 썼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A 씨와 김경준은 미국 교도소에서 A씨가 먼저 서울로 송환되면 국내에서 이명박 후보를 헐뜯는 공작을 꾸몄으나 A 씨가 귀국해보니 이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돼 공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이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놀라 기절할 지경이다. 도대체 사기꾼 김경준이 거래했다는 `큰집’이 어디인가.
실제로 대통합민주신당 자문 변호사인 이 모 씨는 A씨와 가족들을 만나 “A씨의 억울한 부분을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 도와주겠다”며 접촉했다. 또 이 변호사는 11월 6일 A씨 가족에게 `A씨 사건을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무료 변론하기로 한다.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언론에 제공 또는 공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고 자필 서명했다. 이 변호사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범죄자를 무료 변론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무료변론 대가로 `이명박 죽이기’를 얻어내겠다는 음모라고 의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이 변호사는 “대통합민주신당 클린선대위 관계자가 A씨를 나에게 소개시켜 줬다”고 털어놨다. 김경준 기획 입국 커넥션이 마침내 범여권 핵심으로 연결된다는 결정적 증언이다. 그럼에도 이 변호사는 “A씨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의도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당 관계자는 “A씨 가족을 한나라당이 접촉한다 해서 대응 차원에서 만난 것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역 공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무슨 헛소린가. 한나라당은 A 씨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BBK 사기극 수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김경준 귀국 공작에 대한 실체 규명이다. 대통합신당의 개입이 분명해진 이상 수사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대선 투표에 앞서 규명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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