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를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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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시대를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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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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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선/언론인
 
 신년 벽두부터 영 달갑지 않은 선물이 날아들었다. 우려하던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가 마침내 눈앞의 현실로 닥친 것이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랐다 99.62달러로 폐장했다.
 지난 2004년 9월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후 3년여 만에 두 배로 치솟은 유가는 이로써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 시세인 1980년 3월의 101.70달러에 바짝 육박했다. 유가가 작년에만 57%(WTI 기준)나 오른 이유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주도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석유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이 미처 따르지 못하는 가운데 중동과 아프리카 산유국의 정정 불안과 미국 달러화 약세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상황이 금세 개선될 조짐은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당분간은 유가 세 자릿수 시대가 지속돼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라는 얘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고유가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딱한 처지다.
 곡물, 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는 그나마 국내 제조·판매 과정에서 원가 상승분이 일부라도 흡수되나 석유는 이런 `필터링 효과’가 미미하고 대체재도 없어 물가에 당장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2월에 3.6% 올라 한국은행의 중기 목표(2.5~3%)를 넘어섰고 이젠 `4%대 물가’가 닥칠 판이다.
 그렇다고 금리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측면의 압박이므로 금리 인상으로 제어하기 힘들고 억지로 올리면 경기 하강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물가가 오르면 내수가 둔화되고 투자도 안 된다. 원가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원유 수입액은 급증하니 무역수지도 불안하다.
 작년 12월 무역수지가 57개월만에 8억6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주 원인도 유가다.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새 정부를 맞아 모처럼 힘차게 출발하려는 우리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과거 1, 2차 석유 위기에 비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태평이다.
 국제유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므로 100달러의 상징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석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는 등 우리 경제는 석유 파동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질이 강해졌다.
 하지만 고유가는 각종 공산품과 서비스 등 생필품 값을 끌어올리므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삶이 더욱 곤궁해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유류세를 당장 낮춰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이 서민생활비 30% 절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유류세 인하를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단행하자는 입장이므로 미룰 이유가 없다.
 우리는 소득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석유를 쓰고 있는 만큼 인하 폭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10%보다 더 커야 한다.
 아울러 석유의 수요 탄성치가 매우 낮은데도 고유가로 소비를 줄이자는 억지보다는 아직도 5%대에 머물고 있는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원자력과 조력, 풍력, 바이오, 태양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는 등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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