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자신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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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자신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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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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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관심은 국민의힘이 당 대변인단 4명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토론경쟁형식으로 치러지는 이 경쟁에 564명이나 지원하였다. 국민들이 이런 방식을 선호할 만큼, 정신적으로 고양되었다. 경쟁률이 141:1이다. 1차 선발된 지원자 150명은 면접 과정을 통해 16명으로 추려졌다. 월드컵 축구 결승전 방식으로, 16강, 8강, 그리고 4강 토론 경쟁을 통해 4명의 대변인단과 그 순위가 엄연하게 매겨질 것이다. 서열, 연줄, 그리고 권력자의 암울한 심중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우리 정서에, 이 과정은 어색하고 충격적이다. 아직도 뒷짐을 지고 헛기침을 하면서 기득권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경륜과 전통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 새로운 현상을 이해할 수도 없고 수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소중하지만 연약하다. 대중에게 아부를 잘하는 선동정치가를 리더로 뽑아 전체주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기반은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이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그 사람의 개성과 최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차별이 없다는 것은, 그(녀)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주어진 임무에 그 개인이 얼마나 최적화되어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경쟁이란 타인과 경쟁에서 반칙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으로 최고가 되려는 분투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김없이 발휘할 때, 탁월한 인간이 된다고 믿었다. 그런 인간들이 모인 사회가 민주주의 공동체다. 그들은 이런 가치를 고대 그리스어로 ‘아레테’(arete)라고 불렀다.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를 아레테의 화신으로 소개한다. 아레테는 흔히 ‘덕’으로 번역되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염원한 인간의 최선을 총체적으로 담은 심오한 단어다.

아레테의 의미는 실로 다양하다. ‘선, 탁월함, 남성다움, 힘, 용기, 덕, 성격, 명성, 영광, 위엄’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적, 경의, 경배의 대상’이란 의미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지도자는 아레테의 화신이다. 아테네인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아레테를 어김없이 발휘한 자를 투표를 통해 선출했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하지 않고 왕권을 자식에게 물려준 페르시아 제국의 행위를 ‘바바로스’, 즉 ‘야만’이라고 말했다. 야만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바바리안’(barbarian)이 여기서 유래했다. 야만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아레테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는 타인의 아레테를 흉내 내는 어정쩡한 인간이다.

아레테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최선’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엔, 그것이 되어야만 하는 아레테가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에도 아레테가 있다. 굴뚝도, 황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기능이 있다. 아레테의 원래 만물이 각자 존재하는 의미다. 개인이 자신이 시공간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묵상을 통해 깨달아 그런 삶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아레테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아레테를 ‘인간 노력의 탁월함’으로 발전시킨다. 그는 아레테를 가르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노력하는 과정에 서서히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레테는 자신이 최선을 이루겠다는 결심과 노력이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지속적인 마음이다. 무엇을 이뤄야겠다는 확신, 이를 지속적으로 완성해 나가려는 겸손에서 아레테는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스 교육체계는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을 통해 육체를 연마하는 과정과 같다. 거기에는 사지선다가 없다. 이들은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경쟁이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올림픽 경기를 통해 경쟁하는 것처럼, 시, 산문, 연극, 음악, 그림, 연설을 통해 아레테를 연마했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여 더 나은 자신을 여실히 보여주려는 노력이다.

귀족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아리스토크랫’(aristocrat)의 숨겨진 본래 의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달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넓은 의미에서 ‘귀족’은 혈통적으로 정해진 집안의 일원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천직이라고 깨닫고 묵묵히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경쟁에서 분투하여, 자신의 최선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행운의 여신 도움으로 우승하는 자를 ‘아쓸리오스’(athlios)라고 불렀다. ‘운동선수’를 의미하는 ‘애쓸리트’(athlete)의 어원이다.

이번 국민의힘의 토론경쟁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정한 경쟁’이 무엇인지 온 국민에게 알려주는 교육이다. 이 경쟁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이 과정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올림픽 경기에 나서는 운동선수처럼 발휘할 것이다. 당신은 자신만의 아레테, 즉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아 그것을 신장하기 위해 최선을 경주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운동선수처럼, 매일 매일 수련하고 있습니까?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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