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9일(한국시간)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유일한 올림픽위원회였다”며 “IOC 집행위원회는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의 결과로 2022년 말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자국 국기 대신 올림픽 오륜기를 들고 참가해야 한다. 선수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길이 열려있지만, 북한 정부가 이를 허락할 가능성이 없어 사실상 두 종합스포츠대회에 불참할 전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25일 조선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도쿄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북한의 하계올림픽 불참은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에 의문점이 있었으나 이 대회에 불참하지 않은IOC 회원국은 북한뿐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그들은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대회 참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림픽 헌장은 ‘각국 올림픽위원회가 선수들을 파견해 올림픽대회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도쿄 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까지 불참하는 북한의 스포츠 외교는 다시 크게 위축되게 됐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을 시작한 2012년 이후 특히 ‘체육강국’ 구호를 내세우며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 양성에 공을 들였다.
장성택과 최룡해 등 당시 핵심 간부들을 중심으로 국가체육지도위원회까지 신설해 국제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북한은 2012 런던 올림픽,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동아시안컵,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8 평창 올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마다 모습을 비쳤다.
한 때 UN의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 스포츠가 크게 위축되긴 했지만 축구 월드컵 예선, 쇼트트랙 월드컵, 피겨 국제대회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국제대회 참가를 모색해왔다.
북한의 스포츠 정치는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상황에서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 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했고, 이후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후 감염 우려를 이유로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 불참하기 시작했다.
도쿄 올림픽 불참 선언을 시작으로 6월 한국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는 기권했다.
더해 내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과 인도에서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에도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AFC는 북한의 불참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다가오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우방국인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경우 북한의 참가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 역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IOC의 제재로 참가가 무산되면서 북한 스포츠는 다시 한동안 국제대회와 담을 쌓고 폐쇄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