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꼬마 영웅’을 만나다
  • 경북도민일보
세상의 끝에서`꼬마 영웅’을 만나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어린왕자’…7살 소년에 상처 치유 받는 과정 그려내
 

 
  문제를 가진 어른과 순수한 어린이의 만남을 그린 이번주 개봉영화 `어린왕자’와 추천비디오 `어바웃 어 보이’의 최대 강점은 힘든 세상에 대한 과장되지 않은 따뜻함이다. 서로 손을 내미는 화해의 순간에 다시 고비가 찾아오지만 이를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두 영화 주인공들의 변신도 돋보인다. 코믹 캐릭터의 배우 탁재훈과 마흔 둘 나이의 휴 그랜트는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남현정기자 nhj@
 
 생텍쥐페리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어린 왕자’(감독 최종현, 제작 피플&픽처스ㆍ앤알커뮤니케이션)는 그 소설만큼이나 맑고 순수한 마음을 동경하는 영화다.
 무엇보다 탁재훈의 변화가 눈에 띈다. `나의 결혼원정기’의 각본과 조연출을 맡았던 최종현 감독이 자신의 감독 데뷔작에서 코믹 캐릭터로 배우 경력을 쌓아온 탁재훈을 눈물 많고 까칠한 남자로 변모시켰다. 그에게서 `슬픈 눈’을 봤다면서.
 탁재훈은 작심한 듯 90분 내내 단 한번도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슴에 쓰라린 상처를 안고 사는 가장이 돼 7살 꼬마에게서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내와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 곳으로 떠나보낸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남자와 시한부 삶을 살지만 언제나 밝은 7살 남자아이의 만남. 이런 설정의 영화가 갖고 있는 전형성의 구도를 이 영화라고 해서 피해가지 못한다.
 그러나 `소리’라는 특별한 매개체와 제목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일러스트가 빈약할 수 있는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는 보완 장치가 됐다.
 아역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땅에는 어찌 이리 `실력 있는’ 아역배우가 끊이지 않는지. 영웅 역의 8살 소년 강수한 군은 맑은 눈동자 하나만으로도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지향점이 분명하고, 그 뜻이 착해 아쉬운 점을 말하기 민망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서 성긴 구석이 많다는 건 인정해야 할 듯하다. 어린 관객을 포함해 가족을 타깃으로 한 영화인 까닭에 상영 시간 90분을 넘지 않으려는 편집은 이야기를 뚝 잘라놓기까지 한다.
 월드컵으로 유명해진 찰스가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려 하지만 이호재, 전무송, 박원상 등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 버거움이 커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소리를 책임지는 폴리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종철의 직업을 소년 영웅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신선하고, 영화의 내용을 단 몇 분으로 압축해 종철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함께 선사하는 일러스트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역시 참신하다. 탁재훈의 변모에 놀랄 관객이 많겠지만 배우로서 그의 각오를 새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겐 성과로 남을 영화다.
 영화에 소리를 입히는 폴리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종철은 동료들의 온갖 사정을 봐주며 일에 몰두해 정작 자신의 가정은 소홀하다. 모처럼 아내와 아들과 휴가가기로 한 날조차 아무 거리낌 없이 약속을 깨고  아내와 큰 싸움을 벌인다.
 일하는 동안 수십 번 오는 아내의 전화를 무시하던 날 아내와 아들은 교통사고로 숨지고 만다.
 폐인처럼 삶을 자포자기한 종철은 어느 날 가벼운 접촉 사고로 꼬마 영웅과 선옥을 만난다. 종철에게 막무가내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선옥으로 인해 영웅과 종철의 우연한 만남이 계속된다.
 재활원에서 살고 있는 영웅은 심장이 비대해지는 선천적인 병을 앓고 있어 언제 죽음과 맞닥뜨릴지 모르는 상황. 세상의 온갖 소리를 만들어내는 종철은 천부적으로 소리에 대한 감각을 타고 태어난 영웅을 보며 죽은 아들을 떠올린다.
 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영웅에게 쏟기로 한 종철은 어머니 죽음조차 지키지 않았던 의사 아버지로부터 가슴 찢기는 말을 듣는다.
 꼬마 상어를 바다에 데려다 준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영웅과 또 한 생명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종철의 안타까운 마음. 종철은 영웅에게서 무엇을 얻었을까.
 소리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내세운 이 영화는 원조 폴리아트스트이자 감초 배우로 활약한 김벌래 씨를 특별출연시켜 또 다른 의미를 둔다.  연합
 
----------------------------------------------------------------
 
추천비디오  어바웃 어 보이
 
`왕따’마커스와 30代`백수’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2002년 영국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휴 그랜트 영화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잘생긴 영국배우 휴 그랜트의 팬들은 당시 마흔 둘인 휴 그랜트 눈가 주름살을 보고 이 미남배우의 `망가진’ 모습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속의 휴그랜트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다. 예전의 휘날리는 웨이브 머리를 버리고 짧고 들쑥날쑥한 머리로 등장하는 휴 그랜트는 공허함과 따뜻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백수’ 윌의 모습을 `쿨’하게 연기해낸다.
이 영화로 휴 그랜트는 그저 잘생긴 로맨틱 코미디 영화배우를 넘어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딱 한 곡의 노래를 히트시킨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노래 저작권의 인세를 유일한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윌(휴 그랜트)에게 인생은 자신만이 고정출연자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잠깐씩 출연하는 조연인 텔레비전 쇼일 뿐이다. 가족도, 아이들도 싫어하며 직장이나 여자친구나 두 달을 버티지 못하는 윌은 인생의 목표 따위는 애초부터 없는 서른 여덟의 독신이다.
 우울증에 걸린 이혼녀이며 히피인 엄마 피오나(토니 콜레트)가 항상 걱정스러운 열두 살 마커스(니컬러스 호울트). 사람들 앞에 서기를 싫어하고 개성있는 복장에 톡특한 취향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이 아이는 학교나 집 모두를 `엿같이’생각한다.
 어느날 구속받지 않고 자유를 즐길 방법을 궁리하던 윌은 애 딸린 독신녀가 자신의 조건에 딱 맞는 상대라는 결론을 내린다. 남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쉽고 구속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드디어 한 여자에 `작업’을 걸기 시작하는 윌. 하지만 마커스는 엄마의 친구에게 흑심을 품은 윌의 마음을 쉽게 알아챈다. `꼴통’은 `꼴통’을 알아보는 법.
 윌의 따뜻함을 알아챈 마커스는 외로워하는 피오나(토니 콜레트)와 윌을 연결시켜주려고 끊임없이 윌의 집을 드나든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점점 가까운 사이가 돼가는 윌과 마커스. 윌은 마커스의 엄마 피오나에게 도움을 주고 마커스에게 `멋진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자신의 세계관이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는데… 윌과 마커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결손가정의 왕따 소년과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30대 후반의 백수는 서로 마음을 나누며 어른이 돼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