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로 겹겹이 둘러싸인 포항시청 건물이 절도범에게 뚫렸다. 그것도 한밤중도 아닌 대낮에 일어난 일이다.무려 네 차례나 털렸다. 피해액은 모두 74만원 정도라고 보도됐다. 도둑 치고는 좀도둑이랄 수 있겠다.
문제는 도둑맞은 금품의 규모가 아니다. 포항시 신청사는 무려 1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당연히 그 시설도 최첨단을 자랑한다. 방범시설이라해서 예외일리는 없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네 번씩이나 동일범이 휘젓고 다녔다면 구멍이 뚫려도 크게 뚫렸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내부 CCTV는 직원 감시용이란 비난이 일어날까봐 설치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일하는 시간에 들어오는 도둑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더욱 한심한 일은 이 도난 사건이 지난해 7월에 일어난 일 이라는 점이다. 포항시는 이제까지 사건 자체를 감추기에만 급급해왔다. 그러다가 이제야 방범 시스템과 직원 교육을 실시하느라 부산스럽다고 한다. 공무원들의 틀에 박힌 `쉬쉬병’은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공무(公務)처리의 문제점은 일단 감추고 보던 버릇이 몸에 밴 탓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무엇이든 일이 터지고 나면 소나기만 피하고 보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도둑이 털어간 금품은 개인소유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런 셈이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도둑이 눈독들인 것이 공공 기밀문건이었다면 어쩔 뻔 했는가. 중요 문건은 따로 보관한다는 게 관계자의 해명이란 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일하다말고 책상위에 펼쳐놓은 채 점심 먹으러 가는 직원이 없다는 보장이 있을까 싶어서다. 도촬(盜撮)이라도 해간다면 흔적도 남지 않을 일 아닌가.
관공서라는 위세가 도둑을 막는 장치는 되지 않는다. 이를 거꾸로 이용하는 도둑은 도리어 이 점을 안전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도둑을 맞고도 반년 넘게 입을 다물고 지내온 포항시청 같은 경우를 말함이다. 포항시는 `도둑맞은 외양간’이라도 고쳐 똑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드러나지만 않았달 뿐이지 똑같은 일을 당한 관공서가 또 있다면 더욱 각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느 관공서이건 이런 일을 당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