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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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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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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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굽는 것을 배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으로 30년 이상 쿠키를 계속 구울 수 있다. 한 달에 50개를 구우면 1만 8000개를 구울 수 있다. 한 명당 100개를 주면 180명에게 줄 수 있는 양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쿠키를 주다 보니 당신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아지고 당신이 어려움을 당하면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맛있는 쿠키를 만들어내게 된다. 쿠키 기술이라는 인적 자본을 가지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스크램블에그를 즐겨 만들었다. 만들기도 간편하고 여러 변형된 요리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 계란만 바로 섞어서 만들 수 있고 우유와 버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피망이나 야채를 조금 섞어도 색다른 맛이 난다. 별 어렵지 않은 기술이지만 이를 통해 가끔씩 가족에게 스크램블에그를 만들어 준다. 아마 이런 기술들이 여럿 있으면 다채로운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배당금을 준다. 쿠키 기술은 쿠키와 이웃을 얻게 해준다. 스크램블에그 기술은 계란 요리를 만들고 가족과의 관계도 가깝게 해준다.

기타를 1년 배우면 평생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를 배우면 평생 디지털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내가 가진 기술은 평생 배당금을 준다. 특히, 기술에 투자하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이들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유용한 기술이다.

삶에 유용한 기술도 있지만 깊이 천착해야 하는 기술도 있다. 자신의 전문성을 깊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누군가 갑자기 주제를 주고 바로 강의를 해달라고 하면 몇 시간 할 수 있을까? 1시간 할 수도 있고 10시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기업에 강의하러 갔을 때 강의 전에 대표이사와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강의에서 원하는 내용은 실무자가 요청한 것과 달랐다. 대표이사는 내가 발표하려는 내용의 2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자세하게 말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접견실에서 회의실로 걸어 가는 1분 동안 생각을 정리해서 20분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한 시간 내내 강의했다.

이런 것이 전문성이지만 필자는 아직 초보에 불과하다. 더 깊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그 길을 가야 하나로 고민 하는 중에 마침 피트 데이비스의 저서 <전념(Dedicated)>에서 지침이 되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는 우리가 삶의 깊이를 더하려 할 때 다음 3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선, 삶의 깊이를 더하여 전문성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작업일 수 있다. 극히 사소해 보이는 잘못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독자는 대충 보는 글이지만 글 쓰는 이는 토씨 하나까지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강의를 잘 하는 방법은 강의를 많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5년 전에 비해 강의 실력이 늘어난 것 같지 않아 보여도 꾸준히 해야 한다.

가수는 신곡 발표에 앞서 1,000번 이상을 노래한다고 한다. 지루하며 반복적인 작업이다.

둘째, 깊이와 결과는 비례해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력에 따른 결과는 비선형적으로 나타난다.

100번 망치를 두드리는데 아무렇지도 않다가 101번째 쇠막대가 부러지는 거와 같다. 골프에서 수백 번 같은 스윙을 반복해도 차도를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공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실력이 진전되지 않고 답보 상태에 있지만 이번이 101번째의 망치질이라는 기대로 계속 천착해야 하는 이유다. 만일 그 101번째가 오지 않는다면?

셋째,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꼭 성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없을 때 자신의 전문성에 깊이를 더 하는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다.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면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중간에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우물을 파다가 물이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그 우물을 그만 파고 다른 우물을 파는 격이다.

젊을 때는 성취에 초조할 수 밖에 없지만 인생 후반에는 여기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노년의 이점이 아니겠는가!

전문성이 깊어지면 우리 자신은 비로소 소득을 창출하는 자산이 된다. 내가 나에게서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비금전적 이익도 있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 들면 현상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이런 경지에 오게 되면 세상을 잘 이해하게 되고 세상이 더 생생하게 보인다. 노년에 미륵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짓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인생 후반에는 두 기술을 익히자. 쿠키 굽기와 같은 유용한 기술과 강의와 같이 깊이를 더해야 할 전문 기술이다. 전자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후자는 삶을 깊게 만든다.

노후에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실행에 옮기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매몰되지 말고 깊이를 더해 보자. 깊이야말로 노년의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김경록 미래에셋자산 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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