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저임금을 18.9% 올려 시간당 1만 890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4% 후반대인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근거로 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묵살하고 최저임금을 10% 인상해도 전체 임금은 약 1%, 물가는 최대 0.2~0.4% 상승에 그친다는 분석을 앞세운다.
그러나 경영계는 국내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된 상황에서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8.2%)을 압도해 41.6%나 오른 최저임금을 더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 임금의 62%로, 일본(46%)·미국(27%)보다 훨씬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2017~2020년 데이터를 근거로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면 최대 16만5천 개, 1만890원으로 인상하면 최대 3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급여는 2000년 2만9천238달러에서 2020년 4만1천960달러로 43.5%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의 16.5% 증가 대비 2.6배에 이르는 수치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제 도입을 또 무산시킨 일이다. 모든 기업에 일률 적용되는 우리의 최저임금제는 초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똑같은 짐을 지우고 달리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형식의 어리석은 제도다.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도무지 합리적인 사고가 작동하지 못하는 논의 결정구조가 참으로 한심하다.
궁핍한 노동자들의 삶을 증진하려는 노조의 주장에도 이유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트리플 위기, 퍼펙트스톰 국면에서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포퓰리즘’으로 생산성을 후퇴시킨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성찰하면서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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