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핵관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 손경호기자
이준석·윤핵관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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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준석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준석과 윤핵관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의 갈등 상황은 흡사 ‘치킨 게임’(chicken game)을 연상시킨다.

치킨 게임은 두 사람이 충돌을 불사하고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게임에서 유래했다. 둘 중 하나가 차의 핸들을 꺾지 않으면, 결국 충돌해 둘 다 죽는다. 만일 둘 중 하나가 핸들을 꺾으면, 핸들을 꺾지 않은 운전자가 승리자가 된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chicken)이 된다. 치킨은 겁쟁이(coward)란 뜻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겁쟁이 게임(coward game)’으로 번역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대표직을 박탈당한 뒤 윤핵관과 사실상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선전포고를 한데 이어 노골적으로 윤핵관의 정계은퇴 카드를 띄우고 있다.

명분은 윤핵관을 강제로 정계은퇴시키기 위한 당원가입 독려이지만, 사실상 ‘친이준석’ 책임당원을 늘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경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양측이 벼랑 끝 승부를 펼치면서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사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국민의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윤핵관’ 등 대통령 측근을 꼽고 있다. 15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휴대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은 ‘윤핵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측근’에 있다는 답변이 35.5%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8.6%, ‘이준석 전 당대표’가 22.5%로 뒤를 이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국민의힘 위기의 원인으로 이 전 대표보다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꼽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국민의힘 비상상황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내부총질’ 문자 노출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론상으로는 이 전 대표가 다소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탈무드에는 뱀의 ‘머리와 꼬리’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꼬리는 늘 머리가 가는 대로만 따라다니는 게 못마땅했다. 그래서 어느 날 머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왜 나는 네 꽁무니만 따라다녀야 하지? 왜 항상 나를 네 멋대로 끌고 다니는 거야? 이건 너무나 불공평하잖아. 나만 노예처럼 끌려다녀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잖아.”

결국 어쩔 수 없이 머리가 하는 일을 꼬리가 해보기로 했다. 꼬리는 뛸 듯이 기뻤다. 꼬리는 머리를 끌고 앞서서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은 깊은 웅덩이로 굴러 떨어졌다. 머리가 갖은 고생을 다해 겨우 뱀은 웅덩이에서 탈출했다. 뱀은 다시 얼마 뒤 가시덩굴이 무성한 덤불 속에 갇히고 말았다. 꼬리가 빠져나오려고 기를 쓸수록 가시가 뱀의 몸을 찔렀다. 이번에도 머리가 노력해 가시덤불에서 빠져나왔다. 뱀은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꼬리는 다시 앞장서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불이 난 곳으로 기어들어가고 말았다. 뱀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머리는 위기에서 급히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뱀은 죽고 말았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이 서로 원수처럼 싸우지만 국민들은 같은 팀으로 생각한다. 양측이 싸워 누가 이기든 그냥 집안싸움이 되는 이유다. 마주보고 달리는 차의 핸들을 꺾지 않으면, 결국 충돌해 둘 다 죽을 뿐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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