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 정리해 ‘사각지대’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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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정리해 ‘사각지대’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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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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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이 두려워 주민등록 신고도 없이 ‘그림자 가구’로 살아오다가 생활고로 숨진 수원시 세 모녀 사망 사건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 비극은 ‘정치 복지’ 광풍에 휩쓸려 ‘복지 사각지대’를 외면해온 한국 복지정책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영일 없이 쩨쩨한 티 뜯기 놀음으로 권력 쟁탈전만 벌이고 있는 정치인들이 맨 먼저 부끄러워해야 한다. 과잉된 복지 포퓰리즘을 과감하게 걷어내어 사각지대 해소에 투자하는 대수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숨진 이들은 난소암을 앓던 69세 여성과 희귀병을 앓던 49세 큰딸, 병약한 42세 둘째 딸 등이다. 2019년 아들이 병으로 숨졌고, 머지않아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가구였지만 관리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주민등록 신고도 없이 은둔생활을 하다 보니 이웃에 노출되지도 않았다. ‘신고주의’에 머문 우리 복지정책이 빚은 참극이요, 사회관계망이 망가진 공동체의 참상이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 정책 확대로 불과 5년 만에 국가 채무를 415조 원이나 늘려 1천75조7천억 원까지 급팽창시킨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당장 표가 되는 복지공약만 남발해왔다. 아무리 빚을 많이 져도 제 주머닛돈이 아니므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인데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 망징패조(亡徵敗兆) 공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8년 전 2014년 2월의 서울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그렇게 시끄러웠건만, 성북 4모녀·대전 3부자·전남 일가족 3명 등 지역명만 바뀔 뿐 취약계층의 생활고 자살 비극을 우리는 계속 목격하고 있다. 본인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신고주의’에 매몰된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독일처럼 지자체마다 ‘사회적 탐정’을 만들어 경찰과 함께 극빈층의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추적조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숨진 세 모녀는 부과된 최소 의료보험료마저 16개월이나 연체했었다는데, 끝내 추적이 되지 않았다니 안타까움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지정책을 ‘정치 복지’에서 ‘약자 복지’로 전환하겠다며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 사회안전망의 촘촘한 구축이 절박하다. 혹시라도 주변에 말도 못 하고 시나브로 죽어가는 딱한 이웃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지혜도 꼭 필요하다. 건강보험료 장기 체납, 단전·단수 등 생활고가 짐작되는 이들이 전국에 544만 명에 달한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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