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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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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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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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러시아 침공을 오판한 이유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갑자기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지구 상공에 군사위성 뿐 아니라 민간위성들도 촘촘히 박혀 있는 시대이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때처럼 대규모 부대가 비밀리에 국경에 결집했다가 불현 듯 침공을 시작하는 전쟁은 이제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놓고 국경에 집결한 대군이 정말 전쟁을 시작할지 위협용인지는 위성도 판별할 수 없다. 당시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러시아가 진짜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덕분에 오랫동안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다.

틀린 건 틀린 거지만 이처럼 오판을 저지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러시아가 전쟁을 벌여서 얻을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지배 자체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러시아의 영토였고, 러시아인,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문화도 많이 공유하고 있다. 합병이 무엇이 어려운가? 아니 합병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건 20세기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몰라서, 아니 러시아라는 나라의 역사와 구조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각설하고, 과거가 어쨌든 현재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이다. 그들이 독립을 후회하고, 러시아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대다수의 국민이 이를 원하는데, 소수의 집권층이 방해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해도 전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전쟁이란 수단을 사용해도 친러 정권을 세우고 통치만 잘 한다면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애초에 상황은 반대였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이주민, 친러 세력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20세기에 소련의 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들은 독립을 원했고 독립했고, 자신들의 자원을 러시아보다는 서방과 교류하기를 원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할 말이 있다. 여기서 양측 주장의 시비, 전쟁의 정당성을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와 그 체제에 대한 깊은 반감이 존재한다. 이 반감은 러시아의 무력으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러시아가 차마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한 근거였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쟁으로 러시아가 얻을 것은 없고, 손해는 크다가 합리적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지금도 옳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벌어졌다. 그제야 역사의 중요한 교훈 하나를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보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권위주의, 독재국가일수록 그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 역사를 소홀히 한 대가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이 오판을 했다고 하지만 최악이 오판을 저지른 나라는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주요 도시의 시청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으면 이 전쟁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서방세계는 이 전쟁에 깊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코로나19로 경제가 인플레 위기에 있고 이기적이 되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볼썽 사납게 철수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70년대 영국병 시기로 전락한다는 판이다. 프랑스는 계급갈등으로 혼란하다. 독일은 군대가 없고, 나토군은 종이 호랑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저항의지를 결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서방이 개입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좌절하면 서방이 개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러시아는 군을 대대 단위의 기동부대로 잘게 나누고, 엄청난 속도로 단숨에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대담한 작전을 수행했다.

2월24일 러시아 탱크가 국경을 넘었다. 이때부터 2주 정도 세계는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에 숨을 죽였다. 당시 전황 보도 기사를 보면 거의 감탄에 가까운 표현도 보인다. 그러나 곧 전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의지는 예상외로 강력했다. 서방은 잠깐 눈치를 보던 국가들도 군사지원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3월 키이우 외곽 지대에 도달한 러시아군의 진격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러시아의 힘이 슬슬 빠지는가 싶더니 4월3일 러시아군이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점령에 성공한 도시도 있지만 여기저기 주요 도시에서 의외로 강력한 저항이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았다. 이 전쟁이 끝나면 전설이 될 마리우풀은 5월까지 버텼다. 덕분에 서방세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러시아의 오판은 역사를 소홀히 한 대가이다. 손자병법 제1권은 전쟁을 시작할 때는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목적에 대한 판단이 확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부분이 잘못되면 아무리 전투에서 승리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고, 종국에는 자신을 파멸시킨다.

전쟁사에서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사례가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이다.근본적인 원인은 애초에 전쟁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전쟁으로 얻으려 한데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러시아와의 결별의지를 잊었고,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긴 보급선의 어려움을 잊었다. 전쟁을 쉽게 생각한 나머지 독소 전쟁 당시 소련군과 독일군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밀고 밀리는 전투를 벌였던 당시의 전선, 진격로, 거점, 지형지물과 전투의 교훈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검토했더라면 러시아는 2022년에 전쟁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전쟁의 수행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러시아군은 그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스펙상으로 막강한 장비와 군대를 보유했음에도 러시아군은 제병협동 능력이 부실하다. 장교와 병사들 모두 유기적인 전술운영 능력이 부족하다. 심지어 지금도 전투 현장에서 2차세계대전 때와 다름이 없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군수, 병참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군 내부의 비효율과 부조리는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꽤 심각한 수준임이 분명하다. 이런 약점은 시가전에 특히 취약하고, 잘 준비된 적의 진지를 공격할 때 효율적이지 못하고, 무모한 희생을 강요한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군은 대반격이 성공해서 러시아군을 지금의 전선으로 밀어내고 헤르손을 탈환했다. 이 극적인 승리는 미국의 첨단무기 지원과 우크라이나군의 우수한 장교단, 국민들의 지원, 빠른 군대 재건이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당장 압승을 거둘 정도로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열거한 러시아군의 종합적인 문제점에, 예상보다 길어진 전쟁과 병력부족으로 적절한 휴식과 교대도 없이 전쟁의 기본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탓에 러시아 병사들의 전투력과 체력이 한계 이하로 추락한 탓이 크다.

러시아군이 이 상태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전에 러시아군의 교육, 인사 등 전 분야에서 내부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혁신에 필요한 시간은 계산이 되지 않는다. 서방의 태도에 대한 오판도 17세기 이후 유럽의 역사, 20세기 두 번의 세계대전의 역사가 말해주는 시그널,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포비아를 분석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오판이었다.

◇ 소모전, 전쟁을 위한 전쟁

러-우 전쟁이 시작된 초반에 필자는 몇가지 예측을 했다. ‘전쟁에 이겨도 러시아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서방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은 재무장으로 간다’.

전술적으로는 씁쓸한 예언을 해야했다. ‘푸틴은 출구전략이 없다. 서방은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고로 이 전쟁은 안타깝게도 인명과 의지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기 소모전으로 간다’, ‘러시아군은 시가전 수행능력이 없다. 효율적인 전투도 할 수 없다. 전쟁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민간인을 괴롭히는 도시 포격전, 도시 폭격과 같은 잔혹하고 낭비적인 전술을 채택할 것이다’, ‘푸틴은 민간인을 괴롭히고 미사일로 도시를 항상적인 공포, 전시상태로 몰아 넣음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방해하고 기아와 추위를 강요해서 국민들의 전쟁수행 의지를 꺾으려고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예측들은 대부분 맞았다. 그 사이에 러시아는 핵협박과 벨라루스 참전 위협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늦추고, 30만 동원령을 내렸다. 2022년의 전쟁에서 교훈은 얻었는지, 바그너 그룹과 일부 부대를 희생양으로 삼아 바흐무트 같은 곳에서 무리한 공세를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전선의 주도권을 주지 않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 기간동안 최대한 신병과 정규군을 훈련시키려는 생각인 듯 하다.

분명한 사실은 또 한번의 충돌과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지구촌의 균열과 고통도 더 심해진다. 푸틴이 먼저 쓰러지든 미국 금융이 먼저 붕괴하든 21세기의 전반부도 인류가 희망하던 세상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임용한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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