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국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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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국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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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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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사람들은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말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개인의 수준이 아닌 국가 또는 사회의 수준에서 보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어떤 국가나 사회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대답에 대해 올해 발간 10년이 된 세계행복보고서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답을 제시했다.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매년 전 세계 14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국가별 행복 수준을 추적하는 동시에 행복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연구해 왔다. 어떤 사회와 국가가 더 행복한가는 국가와 사회 간의 비교를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행복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유일한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어떤 국민이 더 행복한가? 그에 대한 결론은 10년간 매우 일관되고 명확하다. 국민들이 상호신뢰할 수 있고, 관대하며, 서로 돕고 사는가? 국민들은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가?

국민들의 소득과 건강은 좋은 상태인가?

이런 질문들에 그렇다고 답하는 국민들이 많은 사회가 더 행복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내적 미덕과 외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유데모니아(eudaimonia)라고 명명한 선한 영혼의 상태, 쉽게 말해 행복에 다다른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나 사회의 어떤 특성이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가? 이에 대한 답도 명확하다. 높은 수준의 유데모니아의 특성을 갖춘 사회, 즉, 국민들이 그러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나 조건을 마련한 국가나 사회가 행복한 국가이고 행복한 사회다. 국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관대하게 서로를 용납할 수 있고, 인권, 평등과 정의하에서 사회나 기관, 단체가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존중하며, 국민의 경제적 안정과 높은 건강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회가 곧 행복한 국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행복을 언어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나 사회의 실질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외적인 조건인 소득과 건강에 있어서 타 국가보다 단시간에 큰 성취를 이룬 나라이다. 그러나 행복의 다른 조건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생애 초기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상호 신뢰보다는 편 가르기를 통한 특혜와 배제를, 개인의 자유와 독립보다는 효율과 성과를 지향하며 일방적인 소통과 함몰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경제성장과 안정을 위해 가족 등과 의미 있는 관계를 가꾸어 갈 시간을 포기하며 불평등과 건강 악화를 마땅한 대가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국가의 정책과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지점에서 한국 사회는 행복을 간과한 결과, 높은 자살률과 회복 불가능해 보이는 저출산 등 불행한 사회로 인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권, 자유, 평등, 정의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은 그 실체를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사는 국민은 행복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다. 신뢰를 받아본 적이 없고, 경쟁자로만 남을 인식해 온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개인이 자신을 내어주고, 남을 먼저 도우려고 하는 삶은 쉽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바꾸라, 세상과 타협하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추라는 개인 수준의 충고보다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말이 한국 사회에 더 필요한 이유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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