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감응-기적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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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감응-기적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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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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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사람은 하늘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하지만 어떤 우주 에너지에 의해 하늘과 인간, 그리고 모든 물질은 서로 감응한다고 믿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믿음을 토테미즘으로 치부했을 뿐, 과학적 관점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물리학의 모든 지평을 바꾼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그 믿음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양자역학은 말한다. “우주의 모든 물체는 파동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각 생명체와 물질은 고유한 파동을 발산한다.?이때 진동수,?진폭이 같은 동질의 파동끼리는 공명현상을 일으키며 반응하고 감응한다. 무엇보다 전율케 하는 사실은 이것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그렇다’라고 믿는 순간에 입자로 변환된다. 강력하게 믿고 확신하는 그 순간부터 그게 무엇이든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재 상태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현실은 그렇게 창출된 것이다.”라고….

몇 일 전 일이다. 휴가 첫날이었다. 마음은 설레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더덕이나 몇 뿌리 캐려고 약초산행을 떠났다. 오래전에 봐두었던 나만의 비밀장소가 있었기에 그리로 갔다. 영덕 지품면에서 임도로 진입하여 두어 시간 꼬불꼬불한 산길을 운전해야 하는 깊은 산골짜기였다. 사륜구동이 되지 않는 승용차는 엄두도 못 낼 험한 길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산 중턱을 조금 걷자니 날이 너무 더웠다. 휴대전화에는 삐삐~소리와 함께 폭염경보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연신 날아들었다. 산속을 30분쯤 헤매자니 숨이 턱턱 막혔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러다 산속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차로 되돌아왔다.

물 한 모금 들이키고 집으로 가려고 차에 올라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평소에 한 번이면 시동이 걸리던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열 번…. 그래도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자꾸만 시동 버튼을 누르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가는지 시동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힘이 없었다.

깊은 산속이었지만 다행히 휴대전화 통화는 잘되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견인요청을 했다. 위치추적에 동의하고 난 뒤, 조금 지나자 견인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위치가 산속인데 길을 알 수 없다”라고 했다. 견인 기사에게 한참 동안 설명을 해주고, 지도로 내 위치와 길 표시를 하여 캡처해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러고도 두어 번은 더 전화가 오고, 또다시 길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견인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좀 화난 목소리였다. “아저씨 지금 제 차로는 길이 험해서 못 가요. 다른 구난 차량을 불러야 해요. 그리고 추가비용이 나올 거예요” 나는 다급히 되물었다. “그럼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 그러자 기사는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지만 빨리와도 두세 시간은 걸린다.”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물끄러미 앉아 차를 바라보았다. 6년이나 나와 함께 했던 녀석이었다. 한참을 바라보자니 문득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서서 차로 다가갔다. 나는 차를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동안 네게 너무 무심했구나

타고 다니기만 하고, 너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너보다 더 고마운 녀석이 없었구나

너는 어디든 나를 데려다주었지

어느 하늘 아래든 늘 함께 다녔지

울퉁불퉁한 길을 구르며 온몸에 생채기가 생겨도 불평 한마디 없었더랬지.

네게 의탁하여 직장을 다니고

네게 얹혀 푸른 산천 마음껏 보았더랬지

네가 데려다주어 그리운 곳곳마다 갈 수 있었지

너는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었지

뼛속을 찌르는 겨울 칼바람에도,

염천의 땡볕 아래 온몸이 타들어 가도

너는 언제나 묵묵히 기다려 주었지

단 한 번도 네가 먼저 나를 떠난 적 없었지

고맙구나

고맙구나

그리고 미안하구나

지금은 어디가 아파 몸져누웠느냐?”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자 왠지 시동을 한 번 더 걸어보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단번에 시동이 걸렸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듣고 마지막 죽을힘을 짜낸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모든 감사와 용서는 무엇이든 감응한다는 것을…. 다시 핸들을 쓰다듬으며 “고맙구나. 고맙구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차를 몰고 산을 거의 다 내려가서 큰길 진입로에 접어들 때쯤, 다른 견인 기사에게 또 전화가 왔다. “지금 임도 진입로에 다 와 가는데 이 길이 맞습니까?” 나는 “올라오지 말고 거기서 주차하여 1분만 기다려라”라고 했다. 조금 내려가니 견인차가 보였다.

“아니! 차가 고장이 났다면서요.”

“예…. 근데 어쩌다가 다시 시동이 걸렸어요.”

“그런데요. 선생님! 견인은 하지 않았지만, 견인차가 두 번이나 왔고, 거리도 있어서 추가비용 주셔야 해요.”

“얼마예요.”

“4만 원은 주셔야 합니다”

지갑을 열어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며 거스름돈 만 원은 “가시면서 커피나 한잔하세요”라며 받지 않았다. 그러자 견인기사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며 내게 물었다. “시동 안 걸린다고 연락받았는데 어떻게 고치신 거예요?”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저 차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뿐이에요.”

의아해하는 기사의 표정을 뒤로하고 힘차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7번 국도변 바다가 유난히 푸르렀다. 카센터에 들렀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만, 배터리는 교체할 시기가 지났기에 교체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급한 전화가 와서 배터리를 교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시동은 단번에 걸리고 어디든 쌩쌩 잘 다니고 있다. 마치 새 힘을 얻은 것처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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