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추락과 우려되는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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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추락과 우려되는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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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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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편 전쟁 이후 거의 백 년 동안 내우외환으로 부정과 부패, 기아, 파괴와 살육으로 극심한 혼돈을 겪었다. 그로 인해 중국경제는 불과 30년 전인 1993년 때만 하더라도 1인당 GNP가 1,000달러 이하로 북한보다 낮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선진국들이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동안 중국은 불안정한 국내정세를 안정시키기 바빴던 것이다.

1980년대 접어들자 흑묘백묘론으로 유명한 덩샤오핑은 실사구시적인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했다. 경제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융합을 시도하며 급격한 개혁·개방정책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해안지방 여러 곳을 특구로 지정하여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고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공장을 자처했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2020년에는 경제 규모가 일본의 3배에 달하게 되었다.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72%에 육박한다.

그랬던 중국경제가 근래 들어 부러진 날개처럼 추락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를 꼽으라면 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 미·중 간의 패권경쟁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 제재, 중국 정부의 주도 아래 기술약탈과 과도한 규제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외국자본의 이탈, 중국 GDP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 소비위축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년 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실렸던 충격적인 기고문에 다시 눈길이 간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국제정치학자 힐 브랜즈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한 글인데 “중국은 쇠퇴하는 강대국이며, 그것이 문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그 내용 중에는 중국의 경제위기가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두 교수는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견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신흥 강대국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도전하면서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전쟁을 일으킬 여력이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사생결단식으로 덤벼든다는 말이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 된 진주만 공습을 감행했던 당시 일본의 상황과 지금 중국의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중일전쟁을 일으키며 태평양 전역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영국, 중국, 네덜란드와 함께 석유 금수 조치와 철강 수출을 제한하며 강력한 경제봉쇄를 단행했다. 일본은 경제봉쇄를 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 중국도 비슷한 형국이다. 중국 공산당의 필사적인 은폐와 왜곡, 날조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제지표는 하락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어떤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진출기업들의 탈출러시와 함께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마당에 국내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실업률, 부동산 붕괴로 금융권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도미노 붕괴가 일어날 조짐마저 보인다. 이에 더해 미국의 전방위적 무역제재와 반도체 제재로 중국의 첨단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한계에 봉착한 중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안팎으로 쫓기고 있는 시진핑은 국내 불만을 외부로 발산시키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대만수복은 시진핑의 중국몽이자 중국 공산당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더구나 대만에는 TSMC가 있다. 대만을 손에 넣으면 그토록 설움 받던 반도체 수급도 해결된다. 세계최대 반도체 제조공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도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장 유력시되는 외부 돌파구로 대만침공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충돌은 상당히 높고, 그 시발점은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대만이나 한국 등 제3지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을 방어하는 미국의 전력을 분산하고 주한미군을 붙잡아 두기 위해 북한을 부추겨 국지적 도발을 감행하거나, 사생결단식으로 주한미군 기지를 선제타격할지 누가 알겠는가.

국제정세는 항상 냉혹하고 위험하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강대국들은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할 것이고, 또 어떤 국가들은 역사적 앙금이나 이권 충돌, 이념대립으로 서로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지금도 지구 한 켠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수백 명이 죽고 다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숱한 전쟁을 겪은 역사를 교훈 삼아 대한민국의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할 때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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