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모든것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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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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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로·애·락  '내가 숨쉬는 공기'
 
상업영화면서도 작품성을 놓지 않는 독립영화 같은 면모가 느껴지는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와 구성적인 면에서 닮아 있다지만 각 편의 주제가 짧은 동안에도 선명히 부각되고 촘촘한 매듭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졌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된다. `크래쉬’에 출연했던 브렌든 프레이저가 비슷한 형식의 이 영화에 또 출연을 결심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을 터. /남현정기자 nhj@
 
이지호 감독 헐리우드 데뷔작 
 
탤런트 김민 남편이라는 점으로 국내에 알려진 이지호<사진> 감독. 한국의 여러 감독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감독이 쟁쟁한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불러내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를 내놓았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데도 영화 타이틀에 선명히 `Jieho Lee’라는 한국식 이름을 박았고, 영화 도입부에 “한국은 내 심장이 속해 있는 곳”이라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내가 숨쉬는 공기’는 희(喜)·노(怒)·애(愛)·락(樂)의 관점에서 네 가지 이야기로 펼쳐진다. `애’가 슬픔(哀)이 아닌 사랑(愛)이라는 점만 다를 뿐, 한국에 뿌리를 뒀다는 이 젊은 감독은 동양의 인생관인 `희로애락’을 장편 데뷔작에 실었다.
 영화는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와 구성이 닮아 있다는 점에서 1월 개봉한 미국에서 창의력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크래쉬’에 출연했던 브렌든 프레이저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을 비롯해 앤디 가르시아, 포레스트 휘태커, 케빈 베이컨, 세라 미셸 겔러, 줄리 델피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갖고 있던 미덕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네 편의 주제가 의미 있는 오브제를 통해 한데 이어지는 형식에 대한 `기시감’만 극복한다면 차분하게 사유하듯 철학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를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카메라는 담백하고, 화면에는 여백의 미를 살필 수 있다. 인간의 관계는 미처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유기적이며 사랑이 절망을, 소망이 파국을, 체념이 희망을, 마침표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행복(포레스트 휘태커 출연) = 자라는 내내 우등생이자 모범생이었던 펀드 매니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살아가는 소심한 이 남자는 우연히 승마 조작 경기에 관한 정보를 듣고 빚을 내 5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한다. 그러나 예정된 승부가어긋나며 이 남자의 인생도 어긋난다. 그는 악덕 사채업자 핑거스에게 쫓기게 되고,어느 날 적은 돈으로 주식을 사서 늘 따는 고객이 건네주는 총을 받는다. 그 총으로은행을 턴다.
 ◇기쁨(브렌든 프레이저) =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지닌 핑거스 휘하의해결사. 앞을 본다 해도 결코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감정마저 잃어간다. 핑거스가 협박 끝에 받아낸 것은 이제 막 가창력으로 부상한 한 여자 가수의 계약서. 그에게는 여가수를 감시하라는 임무가 맡겨진다. 그런데 여가수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이 생기고, 핑거스의 조카에게 벌어질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자 이제야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가수와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며 처음으로 갖고 싶은 게 생긴 자신을 느낀다.
 ◇슬픔(세라 미셸 겔러) = 자신의 눈앞에서 차에 치어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심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신인 가수. 매니저의 도박으로 조직폭력배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도망치다 만난 사람이 핑거스의 오른팔 부하. 그는 가수를 숨겨준다. 두 사람은 비슷한 유년 시절의 경험을 갖고 있어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듯 사랑에 빠진다. 불안함 속에도 행복에 겨운 나날들. 핑거스의 눈을 피해 멀리 떠나려던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사랑(케빈 베이컨) =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보기만 하다 친구의 아내가 되는 걸 지켜봐야 했던 외과 의사. 그녀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24시간 내에 희귀한 혈액을 구하지 못하면 죽는 절체절명의 상황. TV에서 한 여가수가 자신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며 바로 그 혈액형을 말한다. 가수에게 접근하지도 못한 채 포기하고 병원으로 오는 순간 병원 옥상에서 떨어지려는 가수를 보고 급히 올라간다. 청소년 관람불가.
 
 




 
 
 
   추천비디오 `크래쉬’ 
 
   인종·계급에 대한 편견과 갈등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폴 해기스는 서로 다른 여덟 커플을 통해 인종과 계급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유려하게 영화에 녹여냈다.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미국을 배경으로 함께 섞여 살지만 좀처럼 융합할 수 없는 소립자 같은 다양한 인종들은 서로를 알지 못해 의심하고 할퀴고 `충돌(crash)’한다.
 정치적 야망이 큰 지방검사 릭(브렌든 프레이저)은 아내 진(샌드라 불럭)과 식사를 하고 나오던 중 흑인 청년 두 명에게 차를 강탈당한다.
 `흑인=범죄자’라는 편견은 진을 떨게 했고 흑인 청년 앤서니와 피터는 편견에 대해 보복이라도 하듯이 예정에도 없던 차량 강탈사건을 일으킨다.
 사건이 일어나자 백인 경찰 라이언(맷 딜런)은 흑인 방송국 PD 캐머런(테렌스 하워드)과 아내 크리스틴(탠디 뉴턴)이 타고 가던 차량이 강탈 차량과 같은 차종이라는 이유로 수색하게 된다. 수색 과정에서 라이언은 크리스틴의 몸을 성추행하듯 만진다. 그렇지만 남편 캐머런은 이 사건이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자신에게 위협이 될까 두려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라이언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에 분노를 느낀 라이언의 순찰 파트너 핸슨(라이언 필립)은 “인종차별주의자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면서 파트너 교체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하고 결국 파트너 없이 한시적으로 혼자 순찰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 또한 편견에 사로잡혀 흑인 청년을 우발적으로 살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흑인 형사 그레이엄(돈 치돌)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동생의 시체를 본다. 백인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동생을 죽인 살인자는 너”라는 비난을 듣는다.
 영화는 서로에게 이방인(stranger)으로 살아가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한국인 등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극중 “LA에서는 아무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 모두 금속과 유리 안에 갇혀 있지”라는 그레이엄의 대사는 미국 인종차별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한 느낌이 그리워서, 서로를 느끼려고 그렇게 서로 충돌하는 것”이라는 그의 또 다른 대사는 인종 문제의 중심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래쉬’의 매력은 단순한 갈등만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 숨쉬는 화해와 이해에 대한 갈망을 함께 다뤘다는 점이다.  크리스틴을 모욕했던 라이언은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하고, 차량 강탈 사건 후 멕시코계 열쇠 수리공조차 믿지 못해 열쇠를 바꾸는가 하면 히스패닉계 가정부도 신임하지 않았던 진이 가정부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인종 간의 갈등에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폴 해기스는 편견이라는 장벽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았을 뿐이지 인종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샌드라 불럭의 영화 출연료에도 못미치는 총 제작비 650만 달러(약 63억원)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지만 샌드라 불럭을 비롯, `미이라’의 브렌든 프레이저, `미션 임파서블2’의 탠디 뉴턴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의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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