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의 교훈
  • 모용복국장
0.01초의 교훈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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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스케이트 韓남자대표팀
AG 3000m 계주 결승전서
때 이른 세리머니를 펼치다
대만에 0.01초차로 은메달
병역면제 혜택도 물 건너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교훈 우리에게 상기시켜 줘

누구나 실수는 할수 있지만
반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비록 메달엔 색깔이 있지만
흘린 땀방울엔 색깔이 없어
모든 선수에게 박수 보내야
0.01초 실수 교훈으로 삼아
인생에서 더큰 성공 거두길

뉴욕 양키스의 유명 포수 출신 요기 베라가 1973년 감독을 맡은 그 해 팀은 시즌 중반 리그 꼴찌로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어느 날 기자가 “이번 시즌은 끝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때 베라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s not over until it’s over)”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끄는 성과를 거뒀다.

흔히 육상경기에서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멈추지 않고 수십 미터를 더 달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결승선이 가까워졌다고 미리 속도를 줄이면 경쟁선수에게 추월을 당하거나 기록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고 벌이는 건곤일척 승부에서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한국 남자대표팀은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5초702의 기록으로 대만(4분5초692)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팀 간 시간차는 불과 0.01초였다.

이번 패배가 더욱 쓰라린 것은 우리 대표팀이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선수가 우승을 확신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허리를 펴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때 이른 세리머니를 펼치자 뒤에 있던 대만 선수가 발을 쭉 뻗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망연자실한 선수들은 기자들의 취재요청에 응하지도 않은 채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시상대에 오를 때도 웃음기 없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의 가치는 그 색깔만큼이나 큰 차이가 난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금과 은이 군대에 가고 안 가고를 판가름 짓기 때문이다. 물론 군대에 가고 싶은 선수들에겐 무의미한 일이지만.

병역법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군 면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면제를 받은 선수로는 야구의 박찬호, 축구의 손흥민·황의조·조현우·김민재·황인범 등이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수영을 비롯해 e스포츠 등 종목의 금메달리스트들이 대거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축구에서는 이강인이 병역혜택을 받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롤러 남자대표팀이 놓친 것은 금메달뿐만 아니었다. 대표팀 선수 3명 중 2명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만일 금메달을 땄더라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다음 대회(2026년)부터는 롤러스케이팅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두 번째 병역면제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성 싶다.

이러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으니 당사자들의 심정이야 말해 무엇하랴. 0.01초의 실수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는 이유다.

방심을 틈 타 기적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대만 선수는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세리머니하고 있었을 때 나는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실수 덕에 우승을 해놓고 으시대는 모양새가 얄밉기는 하지만 그의 말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그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라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며, 그것을 극복해 내는 용기와 힘이다.

따지고 보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백지 한 장 차이다. 금은동 모두 선수들이 피땀 흘려 일군 대한민국의 영광이요 자랑이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메달에는 색깔이 있지만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는 색깔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0.01초의 실수가 인생에 있어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교훈이 되길 바란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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