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무인기 개발, 부침없는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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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무인기 개발, 부침없는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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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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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아이템 하나가 이른바 ‘터지면’ 유사한 상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10~20년 사이만 하더라도 불닭, 대만 카스텔라, 핫도그, 최근의 마라탕, 탕후루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그야말로 우후죽순(雨後竹筍), 비 온 뒤 죽순이 여기저기 솟아나는 모습을 빗대어 만든 이 사자성어만큼 이를 잘 표현한 단어도 드물다. 비단 요식업계에만 국한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 특수를 맞았던 배달업, 몸짱 열풍을 타고 번진 운동 관련 업종,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열린 OTT(Over The Top) 전성시대까지, 이러한 현상은 업종과 기술을 넘나들며 나타난다.

재미있는(?) 점은 무겁고 접근성이 떨어져 유행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국방 분야에서 역시 이러한 현상이 관측된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전통적 안보의 개념을 뒤흔들었고, 사이버, 우주, 그리고 무인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군사적 필요를 창출해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 국방의 주요 주체들, 다시 말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및 해병대, 방위사업청 등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소요를 제기하며 전력을 발전시켜왔다.

급변하는 시대, 미래 전장을 선도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국방은 어느 한 집단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안목과 계획이 필요한 영역이다. 제아무리 첨단기술 기반의 전력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업들이 전군(全軍) 차원의 계획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진다면 결국 특정 영역에의 과잉·중복 투자로 국방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할 것이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분야인 무인 전력, 그 가운데에서도 무인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인 무인기의 경우, 우리가 시장을 선도할 수만 있다면 군사력 강화는 물론이거니와 폭발적 성장세로 세계를 놀라게 한 K-방산의 기록을 이어갈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인기의 개념에 관하여서는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시기는 2019~2020년쯤이었다. 오랜 시간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해온 필자 역시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2019년에는 국방위원장으로서 공군-국민대 주최 무인항공기시스템(UAS) 발전 세미나에 참석하였고, 2020년에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미래 헬기전력 및 항공산업 발전방안 세미나’를 주최하면서 유무인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아파치 등의 유인헬기를 기반으로 무인기를 운용하는 미군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역시 단계적인 발전 로드맵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4월에도 사계(斯界)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무인기 전력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수년간 논의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무인기에 관하여 우리의 기술적 역량은 충분하다는 점, 반면 제도적 수준이나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도무인기(MUAV), 차기군단급무인기이다. MUAV는 10km 이상 고도에서 수십 시간을 비행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하기 시작한 사업이었다. 이 MUAV는 2011년 첫 시제기 생산에 성공했지만,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양산을 의결한 것은 올해 8월에 이르러서였다. 차기군단급무인기 역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창고에 방치되어 있는 신세다. 심지어 감사원은 작년 5월, ‘무인기 운용 실태 감사’를 통해 이 두 가지 무인기의 개발 과정 등을 감사하고 고도 상승 시 결빙(MUAV), 풍속 급변 시 불안정한 착륙(군단무인기) 등을 이유로 연구원 5명을 징계하라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황당한 일이다. 첨단기술 개발, 특히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도 같다. 나침반 하나 달랑 들고 바다를 열어가는 선장에게 개척이 늦었다고 죄를 묻는 법은 없다. 무기체계 연구개발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 최강국이나 겨우 갖고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자 수년을 갈아 넣은 결과가 징계라면 앞으로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무인기에 관하여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꼽자면 미국, 중국, 이스라엘, 그리고 튀르키예를 들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나라는 단연 튀르키예이다. 튀르키예는 과거 우리에게 송골매 기술이전을 요청했던 나라였다. 그때는 우리가 무인기에 관하여서는 튀르키예에 비하여 10년은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말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협력 제안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도움 될 것이 하등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튀르키예가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제도에 있다. 우리는 무기체계 연구개발에서 전력화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야 10년, 길면 수십년에 이른다. 소요제기, 선행연구, 소요검증, 사업타당성 조사, 탐색개발, 체계개발, 개발시험평가, 운용시험평가, 양산사업타당성조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절차만 추려도 읽기에 숨이 가쁜 70여개 프로세스를 거쳐야 양산에 이를 수 있다. 그마저도 각 절차상 중복이 많고 경직적이다.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동시에 진행하고, 다소 모자라더라도 일단 써보고 보완하는 튀르키예식 시스템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던 것이다.

물론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조지아, 불가리아, 그리스 등 국경을 바로 면하고 있는 나라만 7개에 달하는 튀르키예와 우리의 상황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아직 휴전 중인 나라, 미중갈등에 이은 신냉전 구도 강화로 어떤 나라보다 높은 긴장 아래 있는 상황이다. 진화적 개발의 도입을 통한 제도적 보완과 실패에 대한 관대함이라는 인식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나아가 군용 무인기의 경우 아직 전격적인 전력화에 성공한 나라가 드문 만큼 산업적 측면에서도 국가적인 이니셔티브 아래 계열화, 모듈화라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각 군 따로 놀고 합참 따로 갈 것이 아니라 크기와 중량, 속도 등으로 일정한 계열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정찰기, 전투기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군의 신속한 전력 강화는 물론, 방산 수출까지 증대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떠올려야 할 점은, 유행에 휩쓸려 우후죽순 떠들썩했던 사업들은 반드시 부침을 겪었다는 점이다. 고개만 돌리면 보였던 불닭집, 카스테라집이 어느새 사라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배달업계, 운동업계 등 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던 업종도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이야 성쇠는 개인의 책임이라지만, 국방에는 성공만이 있어야 한다. 미래 전장을 책임질 우리 군의 군용 무인기가 하루빨리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안규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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