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공간, '왜 양은 매리를 사랑하는가'.
두 번째 공간 '소리의 탄생'.
세 번째 공간 `나선형으로 돌리며’.
네 번째 공간 '꿈·생생하게'
1877년 11월 에디슨이 축음기로 미 특허국에 제출하기 전, 8월에 최초의 축음기 녹음을 시도했다. 이때 에디슨이 녹음한 내용은 `매리에게는 양 한 마리가 있다네 (Mary had a little lamb)’였다.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설치미술전시회’ 개막
배정완 `Mary had a little … - 소리·기억·빛’
에디슨 축음기 이용 녹음의 기술적 모듈 시각화
에디슨의 축음기를 이용한 설치미술전시회가 지난 10일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개막했다.
30대 젊은 작가 배정완<사진>의 `Mary had a little lamb - 소리·기억·빛’이 8월 17일까지 이어진다.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배 작가는 건축과 미술을 접목, 시간과 공간의 변화되는 과정을 축음기의 역사와 소리, 빛 등으로 표현했다. 5개의 몽한적인 공간 속에 `기록’과 `기억’을 시각화했다.
배 작가는 “`매리’라는 소녀의 꿈을 통해 `기억하다’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다섯 개의 공간은 `형태의 기억’ `소리의 기억’ `역사의 기억’ `무의식적 기억’ `(미래로) 투사된 기억’과 같은 또 다른 부제들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왜 양은 매리를 사랑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첫 번째 공간에는 4개의 축음기가 스프레이로 착색된 종이들에 싸여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고, `소리의 탄생’을 다룬 두 번째 공간에서는 작은 금속판으로 이뤄진 벽면 위를 떠도는 조명과 소리들로 꿈꾸는 듯한, 어디선가 본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 번째 공간 `나선형으로 돌리며’는 총 16개의 축음기 주위를 육면체의 투명한 구조들이 나선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기념비적 형태들로 채워져 있으며, 마치 악보의 지문과도 같은 `꿈·생생하게’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네 번째 공간은 수직의 파동들이 완만한 파동을 이루며 끊임없이 늘어서있는 긴 복도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마지막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반투명의 스크린과 불규칙한 투명비닐 사이로 소리와 빛이 춤을 춘다. 아트선재미술관 이두희 학예사는 “이 공간은 `검은 백조’라고 불리는데, 여기서 백조는 초기 유성기에 달려있던 백조의 목을 연상시키는 커다랗고 긴 스피커를 지칭한다. 또한 축음기가 발명된 해에 초연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기도 하다”며 “물 위를 유영하는 백조들처럼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사는 “이번 전시회는 축음기의 역사, 소리와 빛의 연속성, 나선형으로 상징되는 녹음의 기술적 모듈과 같은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번역해 냈다”며 “축음기라는 모티브를 통해 건축, 음악, 과학, 철학을 아우르는 커다란 서사를 이끌어내는 보기 드문 예술창작의 사례를 보여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1974년 생인 배 작가는 미국 MIT 공대를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건축 석사를 마쳤고, 현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서울 진아건축에서 디자인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돼 선보인 `In Memory of the Future’ 전에 이어 건축과 미술을 접목한 두 번째 개인전이다.
문의 054)745-7075.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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