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주의 포퓰리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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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론주의 포퓰리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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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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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서부를 안데스 산맥이 남북으로 관통하는 나라, 북쪽은 볼리비아와 접하고 동남쪽은 우루과이·브라질·파라과이에서 대서양까지 잇닿아 열대 우림에서부터 한랭 지대까지 전지구상에 있는 모든 기후 지역을 가지고 있는 나라, 광활한 초원과 대평원은 목축에 적합하고 무엇이든 심으면 잘 자라는 비옥한 영토를 가진 세계 8번째의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허덕이던 110년 전에 수도에 지하철이 달리고 미국보다 1인당 GDP가 높았던 세계 5대 경제 부국의 나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인들이 앞다투어 이민을 가려 했던 선진국이었던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이다.

그랬던 아르헨티나가 지금은 어떠한가? 지난 40년 동안 9차례의 국가 부도를 맞았고, IMF의 구제금융도 22차례나 받았다. 지금은 10번째 국가부도 위기를 향해가고 있다. 그 드넓고 풍요로운 땅에서 채소나 토마토도 구하지 못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는 데 반해 화폐가치는 폭락하고 실업율은 가파르게 증가하여 빈곤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국민의 40%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초반에는 경제난에 지친 국민이 폭발해 약탈과 방화 등 소요가 발생했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적도 있었다.

아르헨티나를 바라보면 절절하게 와닿는 말이 있다.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고, 부자가 되기는 어려워도 가난해지는 한순간이다”라는 말이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은 가정이 있었다. 그렇지만 부모는 자녀들에게 좋은 옷 입히고, 좋은 것 먹이고, 좋은 학원에 보내고 싶었다. 부모는 빚을 내어 쓸 수밖에 없었다. 자녀들은 우리 부모가 최고라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 가정은 얼마 못 가 재정적 파탄을 맞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왜 몰락했고 저리 슬픈 현실에 처했는가? 아르헨티나의 복잡한 내부사정도 있었지만,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손꼽는다.

포퓰리즘은 라틴어의 포퓰리스(민중, 대중)에서 유래한 것으로, 대중과 엘리트를 동등하게 놓고 정치 및 사회 체제의 변화를 주장하는 정치철학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이다. 물론 포퓰리즘도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므로 그 자체를 온전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과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데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이나 집권한 도밍고 페론 대통령은 대중영합적 경제, 외국자본 배제, 산업국유화, 복지확대와 임금인상을 통한 노동자 수입증대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정책은 페론주의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정책으로 노동자와 서민은 열광했지만, 이후로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어떻게 변화되었나? 공무원 수를 마구 늘린 결과 230만 명이던 공무원이 390만 명으로 70%나 늘었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이 공공 부분에서 일하지만, 아르헨티나인은 3명 중 1명이 공공 부분에서 일한다. 그래서 매달 거대한 규모의 인력에게 막대한 임금을 지출해야 한다. 연금확대를 시행하자 수급자는 36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아르헨티나 국민 5명 중 1명은 일하지 않고 연금을 타 먹으며 베짱이처럼 살아간다. 막대한 재정지출로 나라 곳간은 곧 거덜이 났다. 외국에 돈을 빌리고 중앙은행에서 돈을 마구 찍어냈지만 얼마 못 가 국가 부도가 났다.

이로 인한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국민들은 정권을 교체했다. 바뀐 정권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예산 감축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민이 극렬하게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나라가 망할 지경이 되어도 국민은 국가에서 주는 달콤한 공짜 돈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복지정책은 일단 시작하면 거둬들일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와 정치는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되었지만, 이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길 방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아르헨티나를 바라보면 남의 일이 아닌 듯 여겨진다. 지난 문재인 정권은 나라 빚을 400조나 늘려 놓았다. 인구 천만인 서울시가 1년 동안 먹고사는 예산이 50조가 채 되지 않는다. 400조는 우리나라 서울시가 8년 동안 사용할 예산이다. 이자만 하루에 260억이 넘게 발생한다. 코로나 정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등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주요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끝 간 데를 모르고 추락하는 경제에 국민들이 진절머리가 난 탓일까? 그저께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사실, 국민복지 향상을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국가지도자가 어디 있으랴! 공짜로 주는 돈 싫어하는 국민은 또 어디 있으랴! 문제는 인기를 얻으려는 과도한 선심성 정책이다. 이는 결국 재정적자로 이어져 경제 파탄을 불러오게 되고 국민은 오랫동안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디 아르헨티나를 반면교사 삼기 바란다.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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