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하는 순간 당신도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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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는 순간 당신도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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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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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위드미'
 
 
    
 
 
   스릴러는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 주 목적인 만큼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하면 현실감을 높여 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주 개봉영화 `킬 위드 미’와 2006년작 `모노폴리’는 IT 시대상을 바탕으로 엮어낸 시나리오를 백그라운드 삼아 배우들의 호연을 무기로 내세워 관객을 색다른 감상의 세계로 이끈다.
 
   인터넷 살인마와 FBI 수사대의 치밀한 두뇌게임 
   무감각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충격보고 스릴러 

 
 
 인터넷을 통한 강력 범죄를 그린 `킬 위드 미’는 소재만큼은 잘 고른 IT 시대의 스릴러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버 수사대의 제니퍼 마시 요원(다이앤 레인)은 애완동물을 서서히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웹사이트 `킬 위드 미 닷컴’을 발견한다. 요원들은 사이트를 강제 폐쇄하려 하지만 범인은 계속 IP 주소를 바꾸고 복제 사이트를 만들어낸다.
 급기야 범인은 사람을 잡아 가둔다. 제니퍼는 강력범죄 담당형사 에릭 박스(빌리 버크)와 함께 범인을 추적하지만 단서를 찾지 못한다.
 범인은 많은 사람이 볼수록 피해자가 빨리 죽는다는 메시지를 띄운다. 그러나 참혹한 영상을 보려 하는 접속자는 급속히 늘어나고 피해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범인은 곧바로 새로운 피해자를 잡아 오고 살인 도구를 바꾼다. FBI는 네티즌에게 사이트 접속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접속자 수는 오히려 급증하고 두 번째 피해자도 죽음을 맞는다. 이어 범인은 제니퍼의 주변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킬 위드 미’는 자극적인 영상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드는 광적인 네티즌의 비윤리성과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길로 몰려가는 군중 심리를 적절히 보여준다.
 사이코 지능범의 범행 동기 역시 이런 주제와 일맥상통하니 효과적이다. 도덕불감증에 일침을 가한다는 메시지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국내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영화는 신선한 소재를 택하고도 전개 과정에서는 기존의 전형적인 잔혹 스릴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단 범인을 절대로 추적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사건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해결된다. 말 그대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영리하게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구성이면 더 좋았을 뻔했다.
 추적 과정을 촘촘하게 짜기보다 범인의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다 보니 주인공의 파트너 형사가 왜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는 허술해지고 화면에는 피가 마구 흘러넘쳐 시각적 부담감만 심해졌다.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은 앞서 `프라이멀 피어’ `프리퀀시’를 만들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추천비디오  `모노폴리’
 
    컴퓨터 전문가와 관객의 두뇌게임
 
    
 
 
 2006년작 `모노폴리’(감독 이항배, 제작 한맥영화)는 폐쇄적 성격의 천재 컴퓨터 전문가와 냉철한 미국 1.5세대 사업가를 내새워 관객과의 두뇌게임을 신청한다. 볼수록 관객을 혼란에 빠트리며 길을 잃게 만든다. 소재와 그를 풀어내려는 시도는 참신하다.
 전국 1억개가 넘는 계좌에서 5조원이 넘는 돈이 인출되는 전대미문의 금융범죄가 벌어진다. 국정원은 용의자 경호(양동근)와 앨리(윤지민)를 즉각 체포하지만 돈과 주범 존(김성수)은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태어나자마자 수녀원에 버려진 경호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가 된다. 폐쇄적인 성격이 있는 그는 피규어(영화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축소해 만든 인형) 마니아.
 존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국정원에서는 최면 요법을 쓴다. 최면에 걸린 경호는 존과의 만남부터 이야기한다.
 피규어 전문 숍에서 우연히 만난 존은 경호와는 달리 세상에 거리낄 게 없는 남자다. 대한민국 1% 상위 클럽을 목표로 이너서클 멤버와 함께 엄청난 돈을 굴리는 냉철한 인간이다. 앨리는 존의 여자이며 존이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한다. 심지어 성 상납까지도.
 존은 경호에게 지극히 우호적이다. 단숨에 그를 친구의 위치로 격상시킨다. 존을 통해 보게 된 낯선 세상에서 경호는 이방인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존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투자를 회수해간 대기업 회장의 의문의 죽음, 규율을 어긴 이너서클 멤버를 자살을 빙자해 살해하는 모습 등을 보며 경호는 존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존에게 엮인다.
 존은 경호에게 엄청난 사건을 의뢰한다. 경호는 존의 뜻대로 금융 범죄에 가담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소 폐쇄적이기는 했지만 소심한 경호에게 엄청난 범죄를 시킨 존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영화는 나름대로 치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바꾸며 외양의 변화를 준 양동근의 연기는 언제 봐도 믿음이 간다. 김성수 역시 옴므파탈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도입부부터 관객보다 먼저 길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어색한 허점이 노출된다. 빨리 눈치챈 관객은 그 이후부터는 엉성한 내용 전개에 지루해지기 십상. 이렇게 느끼는 건 전편에 흐르는 구성요건 간의 `엇박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건 발상의 신선함과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배경은 눈여겨볼 만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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