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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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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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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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기 예수님으로 오신 주님을 기념하는 대림절이다. 대림은(Advent) ‘오시기를 기다린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뜻은 ‘도착’을 뜻하는 “Adentus ”에서 유래되었다. 성탄을 맞이하는 대림 시기에 예수님을 우리 마음속에 가까이 오심을 경배하며 그 분께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계심을 느끼는 게절이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오셨다. 바로 유대 베들레헴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가난해도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아무리 구차해도 말 먹이통에 누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예수님은 탄생할 때부터 마구간이라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 예수님은 왜 누추한 마구간에 탄생하셨을까? 그것은 요셉과 마리아가 너무 가난한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시기는 유대로 호적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여관방이 없을 수 있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다. 실지로 요셉과 마리아는 여관방 하나 예약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서민이었다.

예수님이 구차한 마구간에 오신 이유는 바로 우리 같은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함이다. 인간의 아픔, 고통, 고난, 괴로움, 눈물을 이해하고 함께 하시기 위해서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곳에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 탄생교회의 문은 1.2m로 낮고 비좁다. 대부분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어 ‘겸손의 문’이라고 불린다. 물론 로마식민지 시대에 로마군인들이 말을 타고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지만 우리들에게 낮아지심과 겸손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베들레헴 예수 탄생교회는 역사적 인물이었던 예수님의 발자취를 증언하는 동시에 그 허름함과 누추함으로 예수님의 몸된 교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며 이웃 사랑을 강조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교회는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보다는 세속의 가치에 매몰돼 교회 건물의 웅장함과 화려함만을 추구하고 있는 귀족적인 모습은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낮은 곳에서 오셨고, 그곳에 사셨고, 그것도 모자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 주셨는데 우리는 너무 편안하게 살고 있다.

시대가 흐를수록 성탄의 의미들이 잊어져 간다. 성탄을 준비하는 지금 세상은 성탄 선물과 화려한 조명과 성탄 장식으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이들과 선물을 주고받지만, 하나님이 사람이 되시어 낮은 곳으로 임한 사건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성탄은 과거의 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성탄은 “하나님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 오셨다” 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이 이 세상의 일부가 되셨다. 사회적인 냉담, 전염병, 기아, 폭력, 테러, 전쟁 등으로 고통이 넘실대는 이 세상을 하나님은 당신의 세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우리는 하늘 보좌를 버리고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사건을 단순히 2천 년 전에 한 번 일어난 과거의 이야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세 신비학자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육화의 사건에 대한 예화로, 한쪽 눈을 잃은 아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자신의 눈 한쪽을 빼 버린 남편 이야기를 든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도, 하나님이 스스로 마치 ‘한쪽 눈을 빼어 버리듯’ 흠 많은 인간 본성을 취하시기 전까진, 하나님이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걸 믿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엑카르트는 낮은 곳이야말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본래 자리이며, 하나님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성탄은 하나님의 사랑이 세상의 가장 낮고,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향하는 낮아짐의 사건이다.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은 흑암의 땅에 큰 빛을 비추셨다. 예수님은 심령이 가난한자가 복이 있다고 했다. 실지로 예수님은 갈릴리 민초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그들의 친구가 되셨다. 히브리어로 ‘ 축복’과 ‘웅덩이’는 그 의미가 같다. 낮은 웅덩이에 물이 고이는 것이 축복이다. 낮은 땅 서민들이 사는 갈릴리는 분명 축복의 땅이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은 전쟁과 죽임의 땅이 되어버렸다. 이스라엘 땅에 하루빨리 전쟁과 테러와 폭력이 사라지고 평화와 공존이 함께하는 축복의 땅이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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