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와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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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와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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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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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히말라야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트래킹을 떠났다. 생애 최초 해외여행이어서 정보가 많이 부족하여 당시 종로에 있던 작은 여행사를 무턱대고 찾아갔다.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표를 사려한다고 하니 여행사 직원은 무심한듯 날짜와 항공사를 선택해 주고 바로 입금 계좌를 불러 주었다. 표가 확정되자 바로 전화해 주었고 나는 나름 준비된 몸과 마음으로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트래킹은 일주일 정도의 여정이었다. 어느새 나는 홀로 트래킹 출발지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것은 튼튼한 두 다리뿐이었다. 트래킹 출발지까지 오면 국내에서 산을 오르는 것처럼 가이드없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의 자신감은 당일 바로 무너졌다. 다른 서양 여행자들은 일주일 일정에 맞게 짐을 조정하고 팀 인원에 맞게 가이드를 구해 여행을 시작했다. 그들과 비교해 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나의 배낭은 옛날 금속 재질의 수통에 솜 재질의 침낭 등 무게를 감안하지 않았다. 또한 트래킹은 오후 3, 4시쯤 끝나는데 그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준비도 없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지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마음씨 좋은 호주 친구들의 배려로 나는 가이드가 있는 7명 정도의 그룹에 포함되어 여행을 가까스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히말라야 트래킹은 여러모로 우주여행과 결이 비슷하다. 트래킹 출발지까지 가는 과정은 로켓이 지구상 궤도를 벗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짐이 필요하니 무게를 줄여야 하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그룹을 결성해야 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도 지구상에서는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주공간에서는 우주정거장에서 상호협조로 임무를 완수한다.

몇 달 전 우리는 우리나라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이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에 대해 모든 국민이 환호했다. 우리나라의 로켓 기술은 점점 향상되어 무거운 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최초 한국 우주인인 이소연씨는 2008년 우주정거장에서 11일간 생활 후 귀환했다. 당시 우주 음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식을 바탕으로 어떤 과학적 과정으로 우주선에 탑재 가능한 식품으로 개발하였는지에 대한 뉴스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김치를 통조림으로 만들고 육포를 즐기며 수정과를 마시는 등 우리는 K-푸드가 우주에서도 인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주에 며칠 머무는 차원이 아닌 1년 정도 머물러야 하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 긴 기간 생존을 하기 위해 지구에서 모든 음식을 가져가려면 무게와 공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생야채를 먹지 못하면 비타민이 부족해져 몸과 마음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 우주 강대국들은 우주에서 식물을 기르고 조직을 배양하여 식량의 일정 부분을 해결하는 연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와 달리 우리나라는 우주 식량 재배 등에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고 한다. 우주 발사체 로켓 기술에 많은 부분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주공간에서 긴 시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주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도 우주시대 준비는 사실 특별한 나라의 관심 사항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주 시대를 준비하는 기술은 오히려 지구에서 응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우주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감자를 키울 수 있다면 우리는 지구상에 비슷한 지역에서도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갔다 온 후 나는 세상을 보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 풍족하지 않았던 네팔에서 살아가듯이 꼭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었다. 외식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값비싼 식당을 방문했던 것보다 히말라야에서 받았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우주와 히말라야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보여준다. 높은 고도에서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듯이 우주로 나갈수록 지구에서 누리는 인류의 삶이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호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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