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의사 1만2532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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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의사 1만2532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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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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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 의사 수는 단순한 비교라 의미가 없고,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과 서울대 교수들이 앞으로 의사가 부족해진다고 한 연구 결과는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도 매일 수십명의 응급환자들이 의사가 없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고 소아 환자들이 입원 안 한다고 약속해야 진료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의사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우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으라는 의협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길 바라며, 우리나라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지난 글에는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소도시와 군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려면 동네의원 의사가 1만5000명~2만2000명은 더 있어야 함을 보여줬다. 동네의원 의사를 이만큼 늘리면 매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명 줄어들고, 건강보험 진료비는 약 6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12월5일자 <의사 부족 근거?…동네 의원 수에 답 있다> 참조)

이번 글에선 종합병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아보려고 한다. 종합병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지 알아보려면 환자들이 입원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멀리 있는 병원까지 이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큰 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중진료권을 설정할 수 있다. 중진료권 간에 의사 수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큰 종합병원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더 많은지, 큰 종합병원과 의사가 부족한 진료권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지를 비교해보면 종합병원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필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분야별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 연구 2021~2023’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 글에 인용된 통계와 그래프 등은 이 연구를 근거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우리나라는 모두 55개의 중진료권으로 나눠지는데, 전체 입원환자 중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자기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는가를 나타내는 ‘자체충족률’을 기준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서울시와 광역시, 전주, 창원 같은 지역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진료권은 자체충족률이 높은 지역(75% 이상)으로 분류된 반면 구리, 평택, 서산, 논산, 김천, 구미, 고성 중진료권은 자체충족률이 낮은 지역(60% 미만)으로 분류됐다. 강원도 속초와 동해, 충남 당진과 홍성, 충북 제천, 경북 문경, 경남 사천과 거제 중진료권은 응급환자와 입원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큰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다.

자체충족률이 높은 대도시 지역의 자체충족률은 81~85%로 매우 높았던 반면 큰 병원이 별로 없는 지방 중소도시의 자체충족률은 36~50%에 불과했다. 큰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의 자체중촉률은 26~47%로 더욱 낮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15%가 큰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중진료권에 살고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응급환자나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사망할 수도 있는 중등증 환자의 절반 가량이 자기 지역에서 입원하지 못하고 다른 진료권을 이용해야 했다.

이렇게 큰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서 치료받은 입원환자는 대도시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에 비해 중증도 보정 사망률이 15~30% 더 높았다. 이는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질병의 중증도를 모두 보정한 사망률이기 때문에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군 지역 병원의 진료 수준에 따른 사망률 격차를 의미한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국민들이 대도시 수준의 입원의료를 누리려면 의사가 얼마나 더 필요할까? 대도시 중진료권 수준인 81~85%의 자체충족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병원에 약 1만2532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큰 종합병원을 확충하면서 의사를 함께 늘리면 대부분의 응급환자와 입원환자들이 자기 사는 곳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고, 병원 진료의 질이 좋아지고, 대도시에 비해 높은 입원환자 사망률도 낮아진다.

동네의원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도 큰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수 격차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5년~2019년 사이 큰 종합병원이 많은 대도시 지역이나 큰 종합병원이 부족하거나 없는 의료취약지나 종합병원 의사 수는 비슷하게 증가했다. 의사 배출을 늘리면서 동시에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기 위한 정책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의사가 부족해지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가 부족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의사 수는 동네의원 의사 1만5000~2만2000명에 종합병원에 부족한 의사 수 1만2532명을 더하면 모두 2만7500~3만95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대란이 일어나는 이유고, 지방에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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