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히딩크’에게 배워라
  • 손경호기자
한동훈 비대위, ‘히딩크’에게 배워라
  • 손경호기자
  • 승인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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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들은 당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하면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 혁신위나 비대위는 태생적으로 실패하거나, 썩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혁신위원회나 비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시간 끌기용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최재형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유야무야로 끝났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발언으로 큰 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코너에 몰린 당 지도부의 시선 돌리기 및 시간 끌기용이라는 것은 정치권의 정설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총선은 누가 정치 주도권을 잡는지가 판가름 나는 중차대한 선거다. 이런 큰 선거에 정치 초보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한동훈 추대론’을 놓고 당 원로들까지 나서 한동훈 비대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국민의힘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선거에서 지고 난 뒤에는 아껴서 뭐 하나. 아무 소용도 없는 상황 아니냐?” 등등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12척밖에 남지 않은 배로 거대한 적을 맞서려면 노련한 경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노량해전에서 적들과 맞설 때 그는 초보 장군이 아니었다. 이미 옥포해전, 사천해전, 한산도대첩, 부산해전, 웅포해전 등 연전연승을 거둔 백전노장의 ‘전쟁의 신’이었다. 국민의힘은 백전노장에게 써야 할 카드를 정치 초보에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선거에서 지고 난 뒤에 아껴서 뭐 하냐는 원로들의 말도 틀렸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은 하나 마나 필패라는 주장이다. 여당 원로들 주장대로라면 제21대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위원장의 인사스타일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4년 전 황교안 대표 체제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실무작업을 주도할 사무총장에 초선의 박완수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제22대 총선 공천 실무작업을 할 당 사무총장에 초선인 장동혁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0.5선인 장 의원에게 막중한 총선 공천 실무작업을 주도하게 한 것은 사실상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는 비정치인으로 구성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치를 바꾸는 상징적 모습을 보여주는 면에서 비대위를 비정치인으로 구성한 것이다. 비대위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첫출발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여의도 문법이 싫다며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로 비대위를 구성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했는데, 대부분 정치권과는 무관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특히 공관위원장 포함 외부 공관위원 7명 가운데 법학 전공자가 3명이고, 의사·변리사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어냈다. 당시 축구 감독은 히딩크였다. 히딩크 감독이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은 학연·혈연·지연과 관계없이 각 포지션에 필요한 능력있는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 축구팀을 구성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 비대위나 공천관리위는 축구팀에 축알못(축구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모양새처럼 보인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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